K-명장이 안내해 주는 진로 탐색-김진구 일신중 교감
2022년 03월 16일(수) 07:00
“어이, 진구. 가만히 보면 말일세, 학생들을 잘 가르쳐서 명강의 선생님으로 소문난 분이 교육행정에는 기대했던 것보다 아쉬운 경우가 있고, 교단 현장의 평판은 낮아도 의외로 교육정책이나 기획력, 추진력이 아주 뛰어난 분들이 있던데. 관직이라 할 때 ‘관’자가 ‘벼슬 관’(官)인데 직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버거워 하는 장학관이 있는가 하면, 더 큰 중책을 맡겨도 되겠다 싶은 장학사가 있더라고. 사람은 참 모르겠데….”

20여 년 전 초짜 장학사 시절 어느 교육감이 들려주신 이야기다. 돌이켜 보면 나는 변변치 못한 축에 들었지만, 당시 교육청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나 후배 장학사 중에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부러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각자무치(角者無齒)라 했다. 뿔을 가진 자는 이빨이 무디단다. 초식동물인 들소는 단단한 뿔이 있고, 육식동물인 사자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 있어서 방어하고 생존할 수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 아닌가. 각자 타고나고 익힌 재주나 능력이 다르다. 어떤 사람이 무슨 직책을 맡느냐에 따라 자신의 성공은 물론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공헌이 다르다. 조심스럽지만 우리 광주 교육계의 한 사례를 말하고자 한다.

2021년부터 광주서부교육지원청 박주정 교육장이 작심하고 추진한 정책 중에 ‘K-명장과 함께하는 진로 캠프-진로와 직업, 청소년들이 길을 묻다’란 프로그램이 있다. 듣기만 해도 가슴 뛰는 진로 탐색 활동이다. 중학생 의회에서 미래 직업 트렌드를 설문 조사하여 가장 관심 있는 IT·로봇, 놀이(문화콘텐츠, 게임 방송 등), 소비·문화 등 10개 분야를 선정하고, 서부교육지원청에서는 이 분야의 전국 명인·명장 인력풀을 구축하여 추진한 원스톱 진로 캠프이다. 교육지원청과 학교, 명인·명장의 작업 공간에서 20차시로 진행된 이 진로 캠프는 개설된 순간 1분도 못 되어 신청 마감이 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고, 분야별 성장 기록은 영상으로 제작하여 각종 매체에 탑재되어 있다. 매년 100여 명의 중학생들이 관심 있는 분야의 명인·명장을 만나 꿈을 키운다고 생각해 보자. 이 얼마나 요동치는 희망이요 나라의 미래인가. 지켜보는 엄마 아빠의 기대와 보람 또한 찬란하지 않겠는가?

이 정책을 창안한 박 교육장은 줄곧 ‘콩나물 교육론’을 주창해 왔다. 콩나물시루는 밑 빠진 독이다. 헛수고처럼 보이는 물을 매일 주고, 보자기를 둘러 온기를 더하여 기다리면 소복하게 자란다. 그는 학생들에게 주는 관심과 사랑이 물처럼 흘러 버린다 해도 기다려만 주면 콩나물처럼 자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콩나물 교육론은 듣기 좋은 구호성 이론이 아니라 몇 가지 숫자와 대안적 실천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기에 수긍이 간다.

그는 평교사 시절, 결석과 가출을 반복한 여덟 명의 학생과 10평 아파트에서 6개월간 살면서 모두 장학생이나 모범 학생으로 변화시켰다. 이를 시작으로 광주 근교 용전에 ‘공동 학습장’을 만들어 9년 동안 숙식과 등하교를 함께하면서 707명의 방황하는 학생들을 콩나물처럼 자라게 한 사례는 눈물겹다. 교육 전문직에 입직해서도 꺼려하는 생활지도 업무만 18년 이상 하면서 수많은 제도와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국화시켰다. ‘금란교실’은 전국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위(Wee)센터의 모형이 되었고, 100명의 교사와 함께 사단법인 청소년교육원을 만들어 설립한 지금의 ‘용연학교’는 전국 시도교육청의 장기 위탁 교육기관인 위스쿨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언제든지 달려 간다, 끝까지 책임 진다, 모두가 함께 한다”는 ‘부르미 제도’는 24시간 대기하면서 30분 이내에 학생이나 학교 현장에 달려가는 민관 연계 위기 학생 신속 지원 제도이다. 그는 18년 동안 130여 차례 처참한 사고 현장에 달려가 수많은 시신을 수습하면서 안타까운 희생을 예방할 대책 마련에 헌신했다.

이번 K-명장 프로그램도 금년부터는 광주시교육청 차원에서도 추진할 계획이며, 머지않아 전국화될 것으로 보이기에 생활지도뿐만 아니라 진로 분야까지 교육 전반을 아우르는 그의 정책이 기대된다.

요즘 학교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코로나 양성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보강을 몇 번 들어갔다. K-명장 진로 캠프를 생각하면서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 넥슨 창업자 김정주, 카이스트(Kaist) 이광형 총장 관련 유튜브를 많이 보도록 권유했다. 그들이 추구했고, 진행하고 있는 무모한 도전과 엉뚱한 상상, 꿈 너머 꿈을 많이 흡수하기를 바라면서. 박주정 교육장의 콩나물 교육도 많은 유튜브에서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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