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쇼핑몰 유치’ 논란을 바라보는 마음-박홍근 포유건축 대표·건축사
2022년 03월 09일(수) 02:00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의 광주시 선거 공약 중 하나는 ‘복합쇼핑몰 유치’다. 지역사회가 술렁였다. 왜 대통령 선거에서 지자체장 선거에서나 있을 법한 공약이 나올까도 의문이지만, 이 정도 공약에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유심히 봐야 할 점이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도시에는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 살맛 나는 도시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직장·휴식·여가·교육·쇼핑·의료 시설 등이 갖춰 있어야 한다. 이 중 쇼핑을 포함하여 여가 휴식 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건물을 일명 복합쇼핑몰이라고 한다.

이런 곳은 돈 쓸 사람이 가서 물건도 사고 값비싼 여가를 보내기도 하지만, 그냥 공짜로 공간과 장소가 제공하는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최근 지어지는 대형 판매시설들은 경영 전략으로 독특한 공간 마케팅을 사용하기도 한다. 물건만 팔고 사는 곳이 아니라 공간 체험, 제품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구성한다.

그런데 왜 광주에 ‘복합쇼핑몰 유치’가 야당의 대선 공약으로 나오고,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일까? 어찌 보면 지역민의 수면 아래 쌓여 있는 이런저런 아쉬움과 불만을, 야당이 관심 끄는 선거 전략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는 일련의 과정에서 개인적 느낌과 의견을 나누고자 한다.

첫째, 2015년 당시 광주시장은 신세계와 업무 협약을 통해 대형 판매 시설과 호텔 등 복합 시설을 광천동 신세계백화점 인근에 유치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중소상인들이 사활(?)을 걸고 반대했고 지역의 지배적 특정 정치권이 이에 동조, 여론을 주도하면서 결국 무산되었다. 이때 이를 지지한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지 못한 점은 개인적으로 아쉽다. 언론 어디에도 찬성한다는 기사를 보지 못했다. 되돌아보니 그때가 기회였다. 지금은 유통과 판매의 판도가 바뀌었다. 대기업에서 투자하기도 쉽지 않다. 기업인은 정치인보다도 세상 흐름에 훨씬 예민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둘째, 2021년 8월. 광주가 거부했던 대형 판매 시설과 호텔이 대전광역시에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슴이 아팠다. 그때 주변의 많은 시민도 아쉬워했다. 대전은 왜 이를 유치했을까. 그 현장에 직접 가 보았다. 광주가 차 버린 대형 쇼핑몰을 대전시민들이 여유롭게 이용하는 것을 한참 바라보았다. 내부를 둘러보면서 가슴앓이하며 시간을 보냈다. 지역의 리더라는 사람들은, 특정 생각에 갇힌 목소리 큰 사람은, 지역사회의 역량은, 침묵하는 시민들은, 그리고 나는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지역을 위해 지역에서 살아가야 할 사람, 젊은 사람들에게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되돌아보았다. 한숨이 나왔다. 왜 광주 지역사회가 그때 투자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만 하고, 상생 방안을 찾지 못했을까.

셋째, 광주 미래를 위한 제1 야당의 대선 공약이 복합쇼핑몰 유치 정도라는 것이 어처구니없지만, 이 정도로 지역사회가 논란에 휩싸인다는 것도 반성해야 할 점이다. 지방선거의 이슈를 대선 공약으로 치켜든 야당도 문제지만, 대통령 선거에 합당한 도시 미래 비전이나 도시 발전 전략을 대선 공약으로 채택시키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지역의 역량으로 보여서 서글프다.

수도권에서 멀리 위치한 광주라는 도시가 젊은이들이 들어오고, 기업이 늘어나고, 관광객들이 와서 머물고, 시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려면 어떠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해답을 찾아 줄 전략과 대안이 선거 공약이 되어야 한다.

모든 일에는 항상 때가 있다. 지역사회의 리더들이 그때를 알고, 그 일을 추진하는 능력을 보여 주길 희망해 본다. 지난날의 모든 지점은 교차로였다. 우리가 과거에서 오늘까지 걸어온 길은 여러 갈래 길에서 하나를 선택한 결과였다. 여기부터 미래로 나아가는 길도 무수히 많은 선택의 길이다. 이 중 일부는 더 넓고 평탄하며 이정표도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될 가능성도 더 크지만, 때때로 역사는, 역사를 만드는 사람은 예상을 벗어나서 움직인 사람들이었다. 광주가 그런 사람들을 많이 길러 내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지지하면 좋겠다.

오늘의 수확은 어제의 선택에 따른 결과이고, 내일의 결실은 오늘의 행동에 대한 선물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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