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란-이봉수 현대계획연구소 소장
2022년 03월 07일(월) 04:00
흔히 회사나 조직을 자랑할 때 우리 회사는 모든 분야에 전문가가 포진되어 있어 맨파워(manpower)가 뛰어나다는 표현을 종종 사용한다. 맨파워란 특정한 분야에 숙련된 인력을 말하는 것으로, 전문 인력이 많아서 맡은 일에 대한 수행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드라마인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필자도 스트리밍 미디어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바이킹들의 역사를 다룬 시리즈물을 시청 중이다. 바이킹의 한 지도자가 목표를 가지고 뛰어난 전술이나 배를 만드는 주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왕국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이다. 여기에서 꼭 필요한 것은 배를 만드는 기술과 적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술이다. 즉 전문가 맨파워의 중요성이다. 중세에도 전문가는 꼭 필요한 존재였던 것이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점점 전문화·고도화되어 가고 있다. 정치·사회·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란 무슨 일에 굉장히 정통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갖추었다고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특정 분야에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역할을 맡아 왔다.

전문가가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단순한 지식 보유 수준을 넘어서 자기 분야에 대한 통찰력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전문가는 책임감과 윤리성을 가져야 한다. 자신은 그저 의뢰받은 일을 할 뿐이고, 자신이 하는 일이 가져올 사회적 결과는 자신의 책임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전문가가 아닌 단순 기술자일 뿐이다. 책임감과 윤리성을 망각한 전문가는 어떤 이들보다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

자신만이 전문가임을 자처하며 학술적 원칙에 자신의 사상을 주입해 여러 매체나 위원회를 통해 주장하면 이를 접한 시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다. 현대사회는 기술적으로 복잡하여 사회적 의사결정도 고도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사회의 중요한 공적 의사결정은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사회에서 전문가의 역할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것과 전문가주의에 매몰되는 것은 아주 다른 이야기이다. 한 사회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회 구성원의 역할과 마찬가지로 전문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한데 거기서 더 나아가, 현대사회는 과학화·기술화·전문화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복잡한 공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전문가 존중을 넘어서 전문가주의를 강요하는 것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이 상상도 못 하는 예리한 눈과 통찰로 사건을 짚어 준다. 그런데 그 전문가가 누군가의 도구가 될 때 정보는 왜곡되고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본인의 정체성도 문제지만 전문가의 말을 믿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나 전문 능력을 힘의 수단으로만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그리 만드는 것이다. 전문가가 완벽한 정의나 도덕으로 무장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자기의 이론은 지켜야 한다. 현대판 지록위마(指鹿爲馬)를 경계하는 것이다. 그게 전문가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전문가는 자신이 조사하고 연구한 것에 허점이 있을 수 있고, 아직 모르는 영역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며 조심스럽게 말하는 반면, 사기꾼은 자신이 연구한 것이 충분한 근거가 없음에도 모두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차이점이 있다. 뇌과학 분야의 전문 리포터인 라피 레츠터는 “전문가는 자신이 아는 게 그리 많지 않다고 말하고 사기꾼들은 반대로 모든 것을 알거나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고 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결정한 내용에 따라 미래의 방향이 결정지어질 것이다. 따라서 지도자로서의 역량뿐 아니라 주변인들의 전문성까지도 살펴 가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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