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법 감정’ 위배 잦은 감형 사법 신뢰 흔든다
2022년 02월 17일(목) 00:05
최근 법원이 항소심 재판에서 애매한 이유로 피고인을 잇따라 선처하면서 국민 법 감정과 동떨어진 감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1부는 엊그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3000만 원과 추징금 1000만 원을 선고받은 A부장판사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2000만 원 추징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혐의나 유·무죄 판단은 1심과 달라진 게 없었지만 재판부는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와 건강 상태 악화 등을 감형 이유로 설명했다.

광주지법 형사3부도 사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허석 순천시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2000만 원으로 감형했다. 편취한 금액을 전액 공탁한 점과 공무원 신분 상실 가능성을 반영했다고 한다. 같은 재판부는 앞서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대석 서구청장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1심에서 받은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벌금 1000만 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는데도 법원에 돈을 맡겨 놓는 공탁을 감형 요소에 반영한 사례도 있었다. 친동생을 조각상으로 내려쳐 중상을 입힌 50대 B씨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아 풀려났다. 재판부는 1억 원을 공탁한 점을 피해 회복 노력으로 판단했다.

물론 항소심 재판부는 진지한 반성이나 자백 및 합의 등 감경·가중 요소들을 감안해 형량을 줄이거나 늘릴 수 있다. 하지만 객관적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피해자와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공탁 등을 이유로 감형을 남발하면 자칫 사법부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고 신뢰마저 떨어뜨리게 된다. 법원은 감형 요소 적용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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