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의 20대-김내훈 지음
2022년 02월 11일(금) 00:00
포퓰리즘(Populism)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적 행동’을 말한다. 우리 시대의 20대 문제를 ‘포퓰리즘 물결’의 맥락에서 바라본 책이 출간됐다. 1992년생으로 학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영화이론을 전공했던 김내훈이 발간한 ‘급진의 20대’가 그것. 저자는 그동안 ‘프로보커터: 그들을 도발해 우리를 결집하는 자들’을 펴냈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20대 현상을 ‘포퓰리즘 현상’으로 규정한다. 부정적 이미지들이 덧씌운 편견과 달리 포퓰리즘은 사회의 지배체제-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지지멸렬할 때 자연스럽게 분출하는 ‘인민의 요구’다.

저자는 오늘날 기성세대의 불공정과 위선에 대해 청년들이 쏟아내는 ‘혐오와 분노’가 사실은 우리 현대사에서 그들의 부모보다 ‘가난할’ 최초의 세대가 호소하는 목소리라고 본다. 또한 오늘의 20대는 약자·소수자 배려 정책을 ‘불공정’으로, 사회정의나 정치적 올바름에 근거한 처신을 ‘위선’으로 인식한다. 진보적 가치관에 반대하는 듯한 이런 태도는 사실 ‘20대 보수화’론의 근거가 된다.

포퓰리즘은 치배체제의 고장을 알리는 ‘증상’이다. 오늘날 세계경제의 작동원리인 신자유주의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자리와 양극화 문제에서 무능을 드러냈다. 문제는 이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등장한 세력 (예컨대 한국의 민주화 세력과 미국의 리버럴 세력)은 근본적 대안 마련에 실패했다. 그들은 민주화와 정치적 올바름 등의 가치만 내세웠지 정치적 능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결국 K-포퓰리즘은 20대의 혐오와 분노가 한국 사회의 물길을 어디로 돌릴 것인지를 놓고 벌어지는 헤게모니 전장이라는 것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서해문집·1만6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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