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대표 민중예술가들이 창조한 ‘오월의 미학’
2022년 02월 05일(토) 10:00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오월의 미학 2:서슬에 새겨진 평화
장경화 지음
그는 대학시절부터 ‘노동요’를 주제로 작업했다. 농부들의 삶과 애환을 흥으로 풀어냈던 민속놀이에 주목했다. 그러나 80년 광주 오월을 거치며 예술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예술과 사회는 어떠한 관계여야 하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그는 예술은 역사와 시대 앞에 증언자가 되어야 한다는 리얼리즘에 천착했다.

바로 화가 송창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80년대와 90년대 “야생적인 예술방식의 창의력”으로 자기만의 독창적인 작품활동을 펼쳤다. 그의 예술적 화두는 분단 70년과 구한말 제국주의 역사였다.

장경화 전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이 쓴 ‘오월의 미학 2: 서슬에 새겨진 평화’에 나오는 내용이다. 1992년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임용돼 제1회, 제2회 광주비엔날레에서 근무했던 저자는 조선대 미대 초빙교수를 비롯해 미술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번 책은 전작 ‘오월의 미학 1: 뜨거운 가슴이 여는 새벽’이 나온 지 10년 만에 출간됐다. 1권이 민중미술 탄생과 발전을 서술했다면 2권은 23인의 예술세계를 모티브로 일반인들이 민중미술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데 초점을 뒀다.

저자는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작가를 선정했다. 하나는 5월 정신의 최종 종착점의 가치가 ‘평화’라는 점에 주목해 ‘5월의 미학’을 확장시켜 해석했다. 또 하나는 이전의 책에서 누락됐던, 민중미술을 열어가는 젊은 작가도 탐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강하 작 ‘영산강과 어머니’
1장 ‘역사의 새벽이 부르는 기운’에는 모두 5명의 작가 이야기가 수록돼 있다. 송창 외에도 ‘거인의 땅에서 역사의 우물을 긷던’ 김재홍, ‘43인의 칼로 새긴 역사의 광기’ 박경훈, ‘5월의 책무감에서 출발한 리얼리즘 바다’ 조정태, ‘강화의 춤추는 꽃, 분단에 새기다’ 박진화 등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들 작가들은 만연한 모순의 반복과 불공정의 악순환의 뿌리를 불의한 역사에서 찾았다.

2장 ‘하늘이 품은 대지의 바람’은 하늘과 대지의 바람결에 민감하게 시대와 역사를 읽어갔던 작가들을 소개한다. “때로는 은유적으로, 때로는 서정적으로, 상징을 담아내면서 시대를 증언”했던 예술가들은 ‘시대의 포청천’을 마다하지 않았다. ‘일그러진 초상이 빚어낸 생명’ 안창홍, ‘불안한 X세대 양식을 지배하다’ 신호윤, ‘서사적 기법으로 시대의 리얼리티를 담다’ 방정아, ‘이름 모를 바람에 남겨진 생명의 흔적’ 이명복, ‘온고지신이 쌓은 민중의 바벨탑’ 강용면의 예술은 고난의 시대 거센 비바람으로 대지에 생명을 담아냈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의 근대 역사는 압축성장으로 대변된다. 군사문화와 국가폭력이 사회를 지배하고 민중은 자본의 노예가 되는 대가를 치렀다. 3장에서 소개되는 ‘서슬에 새겨진 평화의 여백’은 여전히 우리사회에 도사린 폭력과 공포를 주시하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한희원은 어두운 주제를 고독과 슬픔의 서정에 담아왔다. 군에 입대하기 전 ‘가난한 사람들’(1978)을 발표했는데 당시 호수를 가늠할 수 없는 1500정도 크기였다. 이후 그는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 등 진보미술인단체에서 활동했다. 저자는 그를 가리켜 “타고난 고독이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슬픔의 상징성이 되어 시대와 이념을 뛰어 넘는 ‘자유’의 예술로 새겨지고 있다”고 평한다.

이밖에 ‘거칠고 자유분방한 농부의 황토바람’ 박문종, ‘5월은 이름 없는 바람에 생명으로 핀다’ 임남진 등의 예술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5장 ‘출렁이는 5월 갈묏빛 능선’은 다시 새벽을 일으키기 위한 예술을 민중의 이름으로 펼쳐내는 화가들이 소개된다. ‘5월 시민군이 지켜낸 남도의 땅과 생명의 빛’에 천착한 이강하를 비롯해 ‘연좌제의 5월 시민군이 품은 땅의 역사’ 송필용, ‘서슬에 새겨진 5월의 증언들’의 하성흡 등은 광주 정신이 아시아를 넘어 지구촌으로 확산돼 가는 의미를 주목한다.

특히 저자는 예술을 향한 일관된 삶을 견지했던 황영성에 대해 ‘광주 정신, 사랑과 생명의 자유로운 미학 여행’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인품에서 우러난 따뜻한 가족 공동체가 주제이고 그러한 세계관을 확장시켜가는 미학어법으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고 덧붙인다. <21세기북스·2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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