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바가지에 담긴 삶의 지혜” 비움박물관 뒤웅박이 된 할머니 이야기
2021년 12월 12일(일) 22:40
14일부터 비움박물관
지난 2016년 문을 연 비움박물관(동구 제봉로 143-1)은 이영화 관장이 50년 동안 모아온 민속품이 전시된 공간이다. ‘개방형 수장고’를 컨셉으로 한 박물관에 소장된 민속품은 3만여점에 달한다. 박물관을 열기 전 건물 3개 층 300평을 빌려 민속품을 보관했고, 정성껏 닦고 손질하며 분류하는 데만 6년이 걸릴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다.

서민들의 삶은 계절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래서 비움박물관은 사계절에 맞춰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 소장품을 체계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부채, 대나무, 의자 등 다양한 주제로 기획전을 열었다. 신문지, 달력 등 버려지는 종이로 만든 각종 ‘종이함’들로 꾸민 가을 전시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더불어 들려주는 전시로 눈길을 끌었다.

14일부터 시작되는 겨울 기획전은 ‘뒤웅박이 된 할머니 이야기’전(2022년 2월28일까지)다.

박으로 만든 각종 민속품을 주제로 하는 이번 전시 역시 선조들의 삶의 지혜와 흔적을 만나고 환경을 한 번쯤 돌아보게 되는 전시다.

조상들은 초가 지붕 위에 박넝쿨을 올리고 박농사를 지었다. 박이 익으면 박을 타서 하얀 박속으로 식구들 주린 배를 채우고, 박 껍질로는 바가지를 만들었다.

비움박물관에서 열리는 ‘뒤웅박이 된 할머니 이야기’전에 전시된 다양한 민속품.
전시작은 약 200여 점으로 “이렇게 다양한 바가지들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소박한 바가지 하나가 그만큼 쓰임새가 많았다는 의미다. 전시에서는 흔히 접했던 물 바가지를 비롯해 농사에 쓸 두엄을 만들 때 사용했던 똥 바가지, 앙증맞은 조롱박, 다양한 그림을 그려 집에 걸어두고 장식품 처럼 활용하던 그림 바가지 등을 만날 수 있다. 또 실로 꿰멘 바가지에서는 물건을 소중히 여기고 아껴썼던 조상들의 마음도 느낄 수 있다

박을 쪼개지 않고, 꼭지 근처에 구멍을 뚫고 속을 파내 만든 바가지인 ‘뒤웅박’은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씨앗’을 겨울 내내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됐으니 우리를 먹이는 생명의 근원을 품고 있는 셈이다.

비움박물관 2~4층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민속품


한편 2~4층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민속품은 조상들의 삶의 흔적을 생생히 보여준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을 수백개의 밥그릇,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자수 작품, 저승길에 함께 했던 꼭두 등 다양한 민속품을 만날 수 있다.

이영화 관장은 “쓰임새가 많았던 바가지를 보며 우리 각자의 쓰임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좋겠다”며 “지구를 살리는 작은 씨앗 한톨이 어쩌면 뒤웅박 속에 숨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개막일인 14일 무료 관람, 일·월요일 휴관.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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