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편의 위해 가로수 꼭 잘라 내야 했을까
2021년 12월 01일(수) 01:00
광주 화정동 일대 100여 그루의 가로수가 아파트 공사로 인해 무참히 잘려 나갔다. 30년 넘게 주민들에게 그늘을 주고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며 동네를 지켜 온 가로수들이 개발 편의 때문에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다.

광주 서구청에 따르면 화정동 일대 18개동 1976세대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 중인 염주주공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28일 사업부지 내 인도에 있던 은행나무와 메타세쿼이아 118그루를 잘라 냈다. 이로 인해 1987년 도로 개설과 함께 심어, 이제 높이 7~8미터까지 자란 나무들이 밑동만 남긴 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당초 재건축사업 승인 때는 도로 확장을 위해 인도의 가로수를 이식할 계획이었다. 한데 조합 측은 지난 10월 “두 수종 모두 뿌리가 깊고 직경이 커 이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크기가 작은 이팝나무로 교체하겠다”고 서구청에 협의를 요청해 허가를 받아 냈다고 한다.

이에 광주환경운동연합은 “서구청이 가로수 바꿔 심기 업무 처리 절차를 무시한 채 안이한 행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광주시 가로수 관리 조례’와 업무 처리 절차에는 가로수를 제거·교체할 때는 주민 의견 청취와 심위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서구청은 이번 가로수 제거는 도시정비에 따른 것이어서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로수에는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이 담겨 있다. 가로수는 또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소중한 탄소흡수원이자 생태 도시의 지표이기도 하다. 가로수를 함부로 베어 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금 광주 지역 곳곳에서는 재개발·재건축이 동시다발로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가로수가 잘려 나가는 일이 없도록 전수조사 등 광주시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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