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주변 주민에 핵폐기물까지 떠넘겨서야
2021년 11월 24일(수) 01:00 가가
한빛원전 인근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사용 후 핵연료를 기존 원전 부지 내에 임시 보관하도록 한 특별법 제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원전 가동으로 40년 가까이 불안감을 안고 살아왔는데 폐연료봉까지 떠안을 수는 없다는 항변이다.
사용 후 핵연료는 원자로에서 연료로 사용된 뒤 배출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우라늄·세슘 같은 맹독성 물질이 포함돼 강한 방사선을 방출한다. 모두 여섯 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한빛원전은 지난 1986년부터 지금까지 원전 내부 물탱크에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해 왔다. 국내에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보관할 수 있는 방사성물질 폐기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빛원전에는 저장 용량의 74.2%에 달하는 6691다발의 폐연료봉이 쌓였고 오는 2029년이면 포화 상태에 달하게 된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5년 “2051년까지 영구 처분장을 건설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했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국민 여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백지화된 뒤 더 이상의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 등 의원 24명은 지난 9월 핵폐기물을 기존 원전 부지 내에 임시 저장시설을 마련해 저장할 수 있도록 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은 임시 저장시설이 사실상 영구 처분시설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해당 법안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사용 후 핵연료는 최소 10만 년간 인간 생활권과 격리가 필요할 만큼 위험한 물질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원전사업자가 제때 보관시설을 마련하지 못해 기존 원전에는 맹독성 물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 임시방편으로 원전 인근 주민들에게만 부담을 떠넘기지 않도록 영구 처분장 건설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