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하여-이봉수 현대계획연구소 소장
2021년 11월 15일(월) 05:30
2021년이 이제 한 달 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도 작년과 같이 코로나19와의 불편한 동거가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일상 회복 소위 말하는 위드 코로나로 서서히 접어들고 있다. 일상 회복을 선언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면서 네덜란드는 다시 봉쇄 정책으로 전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 한 해를 돌아보면 팬데믹의 확산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를 빠르게 경험했다. 언택트와 콘택트의 조화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클라우드 솔루션 확장과 라이브 커머스 그리고 소비자와의 안전거리 확보를 위해 문고리 택배 마케팅과 대중교통 회피 영향으로 운전면허 학원이 호황이었다고 한다. 코로나 블루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명품 구매라는 보상으로 해소하려는 경향이 나타나 현재까지도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젊은 세대의 사회 진출 범위가 넓어지면서 공정성 문제가 대두되어 현재 대선후보들이 기회의 균등함과 과정의 균등함 등을 내세워 젊은 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리고 기후변화와 코로나 확산의 영향으로 반드시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필환경(必環境) 의식이 다시 높아졌다. 프리 사이클링과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크루얼티 프리 제품, 비거니즘 운동과 컨시어스 패션 바람이 불고 있다. 강화된 방역수칙으로 슬기로운 주거 생활을 위해 홈인테리어 업계가 호황을 이뤘다고 한다. 스마트한 업무 생활을 위해 필자도 많이 참여한 줌과 구글-미트로 화상회의와 원격수업이 진행되었고, 네이버웍스나 카카오워크를 통해 업무 협업이 이뤄졌다. 모바일 게임과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한국을 알린 오징어 게임의 넷플릭스나 왓차 같은 OTT 서비스도 확대되어 즐거운 여가 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외에도 많겠지만 대략적으로 이러한 변화들이 빠르게 진행이 된 것 같다.

최근 우리 사회의 최대 관심사는 내년 3월에 치러지는 대선에 맞춰져 있는 듯하다.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내용에서 대선으로 초점이 옮겨진 것이다. 여당과 야당의 후보들에 대한 소식이 연일 정치면 톱으로 전해지고, 최근 불거진 전두환 발언과 대장동 의혹 등 기대보다는 실망하게 되는 내용도 많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이니 연일 보도되는 내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논쟁도 하고 걱정도 하는 것을 보면 대선이 현재 최대의 관심사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렇게 많은 변화와 함께 관심이 옮겨가면서 우리 사회가 그간 추진했던 많은 일들이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서서히 잊혀 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예를 들면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다. 해결 의지를 보이기보다는 더욱 과격한 발언을 하고 있는 일본으로 인해 우리 국민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 일본의 핵심 부품 수출 제제로 우리나라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대응하고 있을 때 일본 유니클로의 한 임원은 ‘한국의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망언을 했다. 그러나 보란 듯이 불매운동이 오랜 기간 이어지고 수입 부품 국산화로 극일본의 토대가 마련되었던 일도 있었다. 이 또한 잊히지 않고 지속되었으면 한다. 광주 동구의 학동 재개발 참사 또한 많은 대책이 나오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하긴 했지만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듯하다.

한편 수도권 등의 주택 공급 확대에 따른 개발 압력으로 인해 도시재생사업보다는 공동주택 사업으로 많이 전환되면서 문재인 정부 초기에 야심차게 출발한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정권 말기에 시들해진 느낌이다. 올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시도 공모를 통해 1차에서 13곳, 2차에서 39곳이 선정되었다. 이번 2차에서 광주는 동구 우리동네 살리기 한 곳, 전남은 보성·강진·영광의 일반근린형 세 곳, 담양의 주거지 지원형 한 곳 등 광주 전남에서 총 네 개 지역이 선정되었다. 이번 사업을 통해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고 주민의 정주여건이 개선될 수 있길 바란다.

도시재생은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멈춰서는 안 되는 사업이다. 꾸준히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면서 도시의 삶의 형태를 바꿔 가야 한다. 개발 논리에 밀려 뒤로 처져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잊히는 것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참여해야 한다. 그것이 좋은 세상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