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이 안전한 나라를 위해-안정준 전남서부권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학대조사 팀장
2021년 11월 07일(일) 23:30
최근 20개월 영아가 아동학대로 사망하고,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영아가 발견되는 등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극심한 아동학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가정 내에서 그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아이들이 학대로 인해 고통 받는 모습을 볼 때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행한 ‘2020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매년 증가하여 3만 905건에 이르렀다. 이에 발맞추어 정부는 2019년 ‘포용 국가 아동 정책’을 발표하고, 지난해 10월부터 지역별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배치하여 아동학대 조사 공공화를 시행했다. 또한 아동학대 관련 예산을 일반회계로 이관하는 등 아동학대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 왔다.

전라남도의 경우는 2018년 아동학대 서비스 전문성 확보를 위해 전국 최초로 지방비를 편성하여 아동학대 조사 전담기관인 전남서부권 분사무소를 개소하였으며, 지난해 목포시에서는 아동학대 조사 전담인력으로 구성된 아동보호팀을 신설하는 등 아동보호 체계 확립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 부처와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사회가 한 뜻으로 아동보호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모든 것이 한순간에 완벽하게 변화하는 건 어려운 일 일 것이다. 이에 필자는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으로서 현장에서 필요한 몇 가지 정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의 추가적 배치이다. 2020년 10월 이후 2021년 3월 기준으로 158개의 지자체에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배치되었는데, 군 단위 지자체의 경우 대부분 한 명뿐이어서 필수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2인 1조 아동학대 조사와 24시간 신고 접수 대기 업무를 사실상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초기 인력 배치 시 연간 아동학대 의심 사례 50건당 1명이라는 기준을 통해 인력이 배치된 탓인데, 안정적인 아동보호 체계 확립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준에 맞는 인력 배치가 절실하다.

둘째로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사례 관리 전문성 강화이다. 지난 8월 정부가 아동학대 대응체계 보완방안을 마련하여 가정 회복 지원을 위한 방문형 가족 회복 프로그램, 심리치료 지원 대상 확충 등을 공언하였다.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는 이와 같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현장에서는 대부분의 상담원들이 야간에 가정 방문을 진행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열악한 여건을 반영하는 것이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지난 8월 발표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이직률 및 근무 연수’이다. 이에 따르면 2020년 아동보호 전문기관 평균 이직률이 34.4%에 달하며, 평균 경력은 3년 4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발표처럼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보다 가정 방문을 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를 개선을 위해서는 보다 더 실질적인 근무 여건 개선,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 지원 등 보다 구체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아동보호 체계 내에서 중요한 것은 아동이다. 아동보호 체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공공과 아동보호 전문기관 및 지역사회 유관기관 등 민·관의 적극적인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발걸음을 통해 아동보호 체계에서 공공과 민간을 대표하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과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확보함으로써 아동들이 안전한 나라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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