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사회, 미래 교육의 방향을 모색하다-정성홍 전 전교조 광주지부장 교육상상플랫폼+ 상임대표
2021년 11월 02일(화) 00:30
코로나19 이전부터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과 기술의 혁신을 경험해 왔다. ‘알파고 쇼크’가 우리 사회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담론을 자리 잡게 했다면, 코로나19는 4차 산업혁명이 일상이 되게 했다. 그 중심에는 재택 근무, 화상 회의, 원격 수업을 가능하게 한 비대면 디지털 기술이 있다. 물론 이전에도 비대면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기술은 존재했으나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쓰였기에 일상에의 적용은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학교와 직장을 비롯한 공적·사적 관계 모두에서 비대면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되었다. 당장 학교 수업만 하더라도 e-학습터, 온라인 클래스와 같은 학습 플랫폼이나 줌(ZOOM)과 같은 화상회의 기술을 활용하여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아가 일부 대학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Gather.town)에서 교수와 학생이 만나고 있다고 하니 그 변화의 정도는 뽕밭이 바다가 되는 수준에 비할 바가 아니다.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은 팬데믹 상황의 효율성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소외되는 인간에 대한 우려도 있다. 기술을 발판 삼은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은 비대면 상황에서도 관계를 맺고, 유지할 줄 아는 주체적 인간을 요구한다. 기술을 활용한 관계 맺음에 미숙한 인간은 기술에 종속되거나 소외될 수 있는 것이다. 기술을 소통의 도구로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인간이어야 비대면과 대면에 구애받지 않고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인데 이것이 또 하나의 양극화를 만들어 내는 셈이다. 소통의 부재, 관계의 양극화, 인간 소외의 삭막한 현실이 우리 아이들에게 또 다른 짐이 될까 염려된다.

이러한 문제 상황에서 학교는, 또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교육은 기술을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숙련공을 길러 내는 것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 그간 인간(人間)이 아닌 인재(人才) 혹은 인재(人材)를 기르는 데 힘써 온 우리 교육에서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사회와 자본이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 특정한 기능과 태도를 익혀 뛰어난 ‘인재’가 된 인간은 결국 거대한 시스템의 도구로 소비될 뿐이다. 삶을 위한 교육은 그 중심에 ‘인재’를 둘 것이 아니라 ‘인간’을 두어야 한다. 미래 교육 그리고 그 이후를 그리는 지금, 기술의 쓰임새를 알고 상황과 요구에 맞게 부릴 줄 알면서도 더 나은, 혹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제안하고 만들어 낼 줄 아는 주체적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19에 떠밀린 모양새이긴 하지만 학교 현장에도 에듀테크(Edutech)를 통한 비대면 교육 활동이 활성화되고 있다. 혹자는 이를 들어 미래 교육의 도래라고 여길지 모르겠다. 그러나 에듀테크의 활용을 통한 비대면 교육은 교육을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기술이 교육의 변화를 도울 수는 있으나 기술은 교육을 주도하거나 그 자체가 될 수 없다. 겉으로 보이는 기술의 현란함에 기대어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고 교육의 변화를 철학과 목표, 내용 수준에서 도모해야 할 것이다.

AI와 같은 인간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AI 기술에 버금가는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인간을 기르는 것, 기술을 활용하는 아이들이 기술에 휘둘리지 않고 기술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기술을 ‘잘 아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시대와 기술을 마주하더라도 그것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 교육에서 고민할 것들이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비대면 사회를 살아가며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호모 모빌리언스(Homo Mobilians)로서의 일상에 익숙하다. 이 익숙함을 넘어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주체적인 인간이 될 수 있도록, 학교는 새로운 기술을 경험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기회를 교육과정과 수업으로 구체화하여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학교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종류와 사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하여 비대면 상황에서도 타인과 소통할 수 있으며, 이를 발판 삼아 새로운 것을 제안하고 창조하는 집단지성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비대면이든 대면이든 어떠한 상황에서도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는 주체적 인간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미래 교육이 지향해야 할 지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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