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증인들…5·18 진실 이대로 묻히나
2021년 10월 28일(목) 01:00 가가
5·18 유혈 진압의 핵심 책임자로 꼽히는 노태우(89) 전 대통령이 끝내 5·18에 대한 진실 고백이나 직접적인 사죄 없이 숨졌다. 더욱이 전두환(90) 씨마저 최근 건강이 부쩍 악화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 늦기 전에 5·18 진상 규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 씨는 전 씨 등과 함께 1979년 12·12 군사쿠데타를 주도하고,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관여하면서 신군부의 핵심으로 급부상했다. 군 기록과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도청 앞 집단 발포가 있던 1980년 5월 21일 새벽, 주영복 국방부 장관실에 모여 계엄군의 광주 외곽 배치, 자위권 발동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는 이희성 계엄사령관, 노태우 수경사령관, 정호용 특전사령관,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장 등이다. 이후 노 씨는 전 씨의 후계자로서 6·29 선언을 주도하며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까지 올랐다.
하지만 노 씨는 생전에 ‘광주 학살의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2011년 출간한 자신의 회고록에서 ‘80년 광주사태의 진범은 유언비어’라고 주장해 지역민의 공분을 샀다. 노 씨의 장남인 재헌 씨는 2019년부터 수차례 광주를 방문해 아버지의 과오를 대신 사과했지만 회고록 수정 등 구체적인 사죄의 행동은 없었다. 이에 5월 단체와 광주 시민들은 ‘국립묘지 안장을 위한 보여 주기식 반성 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제는 광주 학살의 핵심 증인들이 이처럼 진상 규명이 미진한 가운데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5·18 가해 책임자’로 노 씨와 전 씨 등 35명에 대한 직접 조사를 추진해 왔지만, 노 씨에 대해서는 아예 조사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조사위는 더 늦기 전에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 전 씨 등도 진심 어린 사죄와 증언으로 5·18 진실 규명에 협조하는 것만이 그동안의 죄업을 씻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