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중요 어업유산, 흑산 홍어잡이의 가치-최현호 해양수산부 어촌양식정책관
2021년 10월 27일(수) 06:00 가가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목포의 어느 홍어 맛집을 방문해 홍어 고수와 왕초보 간 상반된 시식평을 하는 장면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고수는 잘 씻은 묵은지에 돼지고기 수육과 홍어 한 점을 싸서 막걸리 한 잔과 함께 삼키고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초보는 오른손으론 간신히 홍어 한 점을 집고, 왼손으로는 자신의 코를 막으며 오만상을 짓고는 도저히 먹을 수 없는 향을 낸다고 평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홍어의 맛은 삭힌 홍어로 기억하는 것 같다.
전남 신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필자와 홍어의 만남은 조금 다르다. 어느 늦가을 마을에서 혼례식이 있었고, 어린 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그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국수를 끓이는 커다란 솥, 전을 부치는 고소한 기름 냄새가 가득한 마당에서 그 무엇보다도 잔칫집 분위기를 내는 것은 당연히 홍어 요리였다. 아버지는 연분홍색의 홍어 한 점을 소금에 찍어 나의 입에도 넣어주셨는데, 물컹하고 부드러운 식감에 맛은 고소하고 향긋했으며 아버지가 드셨던 막걸리의 시큼한 향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교통이 불편하던 옛날에는 흑산도에서 잡힌 홍어가 육지인 목포나 나주까지 도달하는 시간 동안, 홍어 피부에 있는 요소 성분이 암모니아로 변해 특이한 맛과 향을 내게 되었고, 이것이 건강에도 좋다고 알려져 고급 식품으로 사랑받아 왔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홍어를 먹으면 장이 깨끗해지고 술독이 없어진다고 기록되어 있고, ‘조선왕조실록’에도 귀한 음식으로 왕에게 진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홍어가 예로부터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잡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흑산도에서는 홍어의 서식지와 조류의 방향을 잘 아는 어업인들이 홍어가 잘 다니는 길목에 미끼가 없는 주낙(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낚시를 달아 물속에 늘어뜨려 고기를 잡는 어구)을 설치하여 홍어를 잡는다. 미끼를 사용하지 않으니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끼를 위한 생물을 낭비하지도 않는다.
또 이 어업은 홍어 외에 다른 어종은 잡지 않으니 타 업종 어업인과 갈등도 없으며, 홍어잡이 어업인들은 연간 정해진 양만 잡기로 한 총허용 어획량제(TAC)를 실시하고 있어 수산자원 보호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흑산 홍어잡이 어업을 제11호 국가 중요 어업유산으로 지정해 보전·관리하기로 했다. 국가 중요 어업유산이란 어업인이 해당 지역의 환경·사회·풍습 등에 적응하면서 오랫동안 형성해 온 유·무형의 어업자원 중 보전할 가치가 있는 자원을 말하며, 2015년부터 현재까지 제주 해녀 어업, 보성 뻘배 어업, 완도 지주식 김양식 어업 등 총 11개가 지정돼 있다.
흑산도의 홍어잡이 어업이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이 김약행의 ‘유대흑기’(1770년)임을 고려하면 최소 2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생태친화적 방식의 이 전통어업은 이 지역 생계 유지 수단일 뿐만 아니라 홍어 경매, 홍어 썰기 학교, 홍어 축제 등 흑산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체 문화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흑산 홍어잡이 어업을 보전하고 이를 통해 흑산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 앞으로 3년간 이 어업의 보전 및 활용 계획 수립, 관광 홍보 상품 개발, 브랜드 개발, 홍보·체험관 건설 등이 추진된다.
해양수산부도 흑산 홍어잡이 어업과 주변 지역의 축제, 어촌체험 휴양마을, 과학관, 박물관 등 먹거리·볼거리·즐길 거리를 연계하여 어업인만의 유산이 아닌 국민 모두의 유산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홍어의 맛에 대해 모르는 국민이 있을까마는 생태친화적인 방법으로 어획하고 독특한 발효 방식으로 가공되는 홍어가 국가 중요 어업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더해 널리 사랑받기를 기대해 본다.
또 이 어업은 홍어 외에 다른 어종은 잡지 않으니 타 업종 어업인과 갈등도 없으며, 홍어잡이 어업인들은 연간 정해진 양만 잡기로 한 총허용 어획량제(TAC)를 실시하고 있어 수산자원 보호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흑산 홍어잡이 어업을 제11호 국가 중요 어업유산으로 지정해 보전·관리하기로 했다. 국가 중요 어업유산이란 어업인이 해당 지역의 환경·사회·풍습 등에 적응하면서 오랫동안 형성해 온 유·무형의 어업자원 중 보전할 가치가 있는 자원을 말하며, 2015년부터 현재까지 제주 해녀 어업, 보성 뻘배 어업, 완도 지주식 김양식 어업 등 총 11개가 지정돼 있다.
흑산도의 홍어잡이 어업이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이 김약행의 ‘유대흑기’(1770년)임을 고려하면 최소 2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생태친화적 방식의 이 전통어업은 이 지역 생계 유지 수단일 뿐만 아니라 홍어 경매, 홍어 썰기 학교, 홍어 축제 등 흑산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체 문화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흑산 홍어잡이 어업을 보전하고 이를 통해 흑산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 앞으로 3년간 이 어업의 보전 및 활용 계획 수립, 관광 홍보 상품 개발, 브랜드 개발, 홍보·체험관 건설 등이 추진된다.
해양수산부도 흑산 홍어잡이 어업과 주변 지역의 축제, 어촌체험 휴양마을, 과학관, 박물관 등 먹거리·볼거리·즐길 거리를 연계하여 어업인만의 유산이 아닌 국민 모두의 유산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홍어의 맛에 대해 모르는 국민이 있을까마는 생태친화적인 방법으로 어획하고 독특한 발효 방식으로 가공되는 홍어가 국가 중요 어업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더해 널리 사랑받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