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대선’
2021년 10월 26일(화) 00:45
지난 2002년 16대 대선 당시에 ‘후단협’(후보단일화협의회)이란 모임이 있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요구했던 민주당 내부 국회의원 그룹을 얘기한다. 후단협은 그 결성 배경에 노무현 후보 교체라는 숨은 의도가 작용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해당 행위를 상징하는 대명사로 불린다. 하지만 노무현 후보는 후단협의 노림수에 대해 진정성을 무기로 정면 돌파, 단일화 승부에서 승리하고 여세를 몰아 기적과도 같은 정권 재창출을 이뤄 냈다.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개나리 대선’은 5% 안팎의 차이가 나는 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후보 단일화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실제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조만간 대권 도전 선언에 나설 참이고 제3지대 주자론을 내세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신당(‘새로운 물결’) 창당을 본격화하고 있다. 여기에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네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선다. 여야를 넘어 진보와 보수 진영 주변에 일정한 지지층을 갖고 있는 이들 후보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차기 대선 정국의 유동성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주자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이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론’을 강화한다면 민주당도 정의당과의 연정(연합정부) 등을 매개로 진보 진영의 ‘정권재창출론’으로 맞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군사정권 시절도 아니고, 정치적 DNA가 다른 정당 대선주자들 간의 인위적 후보 단일화는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퇴행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또 정치공학적 접근을 민심이 그대로 받아줄 것인지도 미지수다.

어찌 됐든 차기 대선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어갈 리더를 선출하는 선거다. 위기의 시대에는 그에 걸맞은 리더도 필요하지만 대선주자들의 진정성과 비전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국민적 집단지성도 요구된다. 불확실성의 시대 극복은 대선주자들의 영역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 개나리 대선이 차악을 뽑아야 하는 최악의 대결 구도를 넘어 국민적 지지가 한데 모인 가운데 밝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가는 시대의 열쇠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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