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계절을 맞은 광주-임용철 위민연구원 이사, 다큐 ‘나고야의 바보들’ 감독
2021년 10월 25일(월) 04:30
바야흐로 광주는 영화의 계절을 맞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광주극장에서는 현재 ‘개관 86주년 광주극장 영화제’가 열려 존재 가치를 알리고 있다. 다음 달 ‘선을 넘다’라는 주제로 12번째 열리는 ‘광주여성영화제’가 예매를 시작했고, 광주 영화인들의 자존심을 걸고 오는 12월 개최되는 ‘광주독립영화제’도 어느덧 10년을 맞아 다양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또 올해 처음으로 발달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제 ‘안녕! 영화제’가 광산문예회관에서 11월 열릴 예정이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70%를 돌파하면서 사실상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들어섰다. 그동안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제한적으로 관람객들을 받던 극장가도 이제 영화관 좌석에 붙은 사회적 거리 두기 딱지를 떼고 본격적으로 관객들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대부분의 산업 분야가 침체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피해를 입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영화계도 초토화되다시피 큰 타격을 입었다. 극장 관객 수 급감은 물론이고 제작 중인 영화가 중단되는 일도 이어졌다.

코로나19로 극장을 찾지 못하는 관객들과 감독들은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 단적인 예가 최근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다. 한국에서 만든 이 콘텐츠로 넷플릭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유료 구독자를 보유한 스트리밍 회사로 자리 잡았고,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전통놀이와 출연 배우들까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문화 강국’의 꿈이 지역에서도 함께 이루어지길 바라지만 지역의 사정은 녹녹지 않다. 현장에서 묵묵히 독립영화를 만들고 있는 지역 영화인들은 적은 예산과 인프라 여건에 더해 방역 부담으로 섭외에 어려움이 많다.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마친 영화도 관객들을 만날 수 없어 영화 제작 현장은 온기를 잃어가고 있다.

실제로 필자가 제작하고 있는 근로정신대와 관련된 다큐 영화도 코로나19로 인해 일본 현지 촬영을 할 수 없어 현재는 제작을 못 하고 있는 형편이다. OTT시장의 성장으로 변화된 영화계의 생태에 맞게 지역 영화인들도 OTT 온라인 플랫폼과의 연결하고 대비해야 하지만 지역에서는 그리 만만치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고 지역 영화계에도 희소식이 전해진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지역 영화인들의 꾸준한 요구로 2019년 7월 ‘광주시 영상·영화 진흥 조례’가 제정되었다. 영화·영상 관련 정책이나 비전 자체가 사실상 전무했던 광주 지역에 영화·영상 생태계를 육성하고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내용이 조례의 골자다.

이 조례를 바탕으로 올해 2월에 ‘광주영상영화진흥위원회’가 출범하였다. 위원회는 광주시에 영상영화문화 진흥과 발전을 위한 자문과 심의 역할을 맡는다. 영화도시 광주를 위한 시민 교육과 향유 프로그램 운영, 아시아문화전당·광주극장·독립영화관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한 광주만의 특색 있는 영화제 육성, 영화·영상분야 취업·창업 생태계 구축, 단편영화 지원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어 지역의 영화인들이 기대가 높다.

그동안 영화 관련 정책이나 지원은 광주시 문화산업과에서 담당하였지만 영화·영상 관련 정책을 고민하는 역할까진 못 하고 있고, 실질적으로 영화 관련 사업들을 수행했던 광주시 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주어진 사업을 실행하는 역할에 머물고 있는 형편이다.

얼마 전에 광주시 문화산업과 주관으로 지역의 영화 관련 기관과 단체들이 모여 ‘광주시 영화전담 조직 구성을 위한 TF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그간 각 단체별로 진행되었던 영화·영상 사업에 대한 소회와 문제점 등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앞으로 실질적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영화 전담 조직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해서 논의하였다. 해당 조직이 발족된다면 광주시를 대표하는 영화 기구로서 지역 영화·영상인들의 거점이 됨과 동시에 일반 시민들에게도 영상에 대한 자양분을 공급, 명실공히 ‘영화 도시 광주’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제 코로나와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그동안 목말랐던 문화적 욕구를 소비하려는 수요가 많아질 것이다. 지역의 문화산업이나 영화산업이 성장하려면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를 향유하는 일반 시민들이 없다면 결코 성장할 수 없다. 시민들께서 지역의 영화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영화제가 열리는 영화관을 찾아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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