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잡는 ‘대나무 종이’-김강열 광주환경공단이사장
2021년 10월 24일(일) 23:30
우리나라 남해안 지역에서 자생하고 있는 대나무는 골칫거리가 된 지 이미 오래전이다. 잘 아시다시피 이처럼 대나무가 가치를 잃은 것은 사용처가 없어지게 되면서부터이다. 옛날에는 농사와 건축뿐만 아니라 어업을 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인 자재였고, 바구니 등 주요 생활필수품의 주재료이기도 했다. 그 시기 대나무밭은 주요한 작물로 대접받았고 겨울철 농가의 주된 수입원이었다.

하지만 중국산에 밀리면서 사양 품목이 되었고, 오늘날에는 플라스틱에 밀려 그 존재의 가치를 완전히 잃고 말았다. 쓸모가 없어진 대나무는 관리 대상에서도 벗어나 오늘날 농촌에서도 외면받고 있다. 게다가 대나무의 왕성한 번식력 때문에 산림과 논밭을 망치는 주범으로도 낙인찍혀 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나무의 용도는 다양하다.

중국에서는 9세기 이전 당나라 시대부터 종이의 재료로 사용해 왔다. 오늘날에도 대나무 펄프는 주요 사업으로 취급받고 있으며, 번성하고 있다. 나아가 대나무 종이의 질도 전통 한지인 닥나무 종이에 버금간다고 알려져 있다. 제조 방법 또한 전통 한지 제조법과 거의 같아 특별한 기술을 빌리지 않고서도 제작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중국의 복건성, 강서성, 광동성 등 대나무가 많이 자라는 지역에서는 대나무 종이 산업이 널리 성행하고 있다. 대나무 종이 제조사 중쮸에쓰(中越) 펄프주식회사는 2017년 대나무 종이 매출액이 939억 엔(약 1조 원)에 이르렀다. 일본에서도 대나무 종이는 각광을 받고 있는데 농림수산성이 직접 관장한다.

이렇듯 중국과 일본 두 나라는 번식력이 아주 뛰어난 대나무 자원을 잘 활용하여, 나무를 베지 않고도 종이를 만들어 쓰는 일석다조의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 대나무는 나무가 아니고 풀이다. 그 번식력이 어마어마한 것은 이 때문이다. 1년이면 곳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지만 반경 7∼8m정도로 퍼져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대나무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이 무척 많다는 것이다. ‘국제 죽등 네트워크’(INBAR)에 따르면 대나무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5년생 기준으로 할 때 1ha당 탄소(C)저장량이 5.5톤이나 된다. 상록수 계열의 소나무 등보다 네 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역설적으로 지구의 온난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대나무의 가치와 그 효용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중국과 일본처럼 대나무의 육성과 관리 산업화에 대해 하루라도 빨리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대나무 종이가 탄소 발자국을 지우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자원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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