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의 해법 ‘성평등 사회’ 만들기-김미경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2021년 10월 20일(수) 07:20
대한민국은 두 명이 결혼해 한 명을 낳지 않는 합계출산율 0.8명대의 ‘초저출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OECD 37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0명대에 진입한 것이다. 미혼이 결혼 제도로 들어갈 확률보다 이미 결혼해 출산을 경험한 여성이 둘째를 낳을 확률이 더 높은 현실이지만, 2020년 기준 첫째 아이 출산 연령 또한 이미 32.3세로 다소 늦은 나이에 첫 아이를 낳고 있다. 혼인 연령 역시 높아지고 있어 남성은 33.23세, 여성은 30.78세이다. 광주광역시 역시 합계출산율이 0.81로 전국 평균 0.84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2021년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광주광역시의 합계출산율이 0.98로 전국 평균 0.88보다 높았다. 이렇듯 합계출산율이 증가한 곳은 전국 17개 시 도 중 광주광역시가 유일하다.

광주광역시는 다양한 출생 정책을 내놓고 있다. 2019년 7월부터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환경을 위한’ 생애주기별 지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결혼을 준비하는 청년 및 신혼부부의 주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부터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중위소득 180% 이하)과 출생 때마다 100만 원씩 축하금 지급, 24개월 이하 아동에게 매월 20만 원씩 2년간 육아수당 지원 등 생애에 걸친 촘촘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임산부 재난지원금을 전국 최초로 지급하였다. 이 밖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저출생 정책들이 있다.

광주여성가족재단은 ‘성평등 광주공동체’ 실현을 위해 필요한 정책 개발 및 교육, 네트워크, 문화사업을 추진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저출생 문제 역시 성평등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책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키움 지원단’을 운영하며 돌봄의 공공성, 성인지성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키움 지원단에서는 전국 최초로 시의 입원아동 보호사 및 공공산후 관리사 파견 사업을 대행하고 있으며 임신·출산·육아에 관한 통합 정보를 제공하는 ‘광주아이키움’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이러한 시와 공공기관의 노력으로 출산율이 조금씩 오르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세계적인 저출생 문제를 몇몇 현금성 지원이나 사회 서비스로 해결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무엇보다 젊은 청년들이 결혼을 원하지 않고 여성들이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궁극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회의 빠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화 지체’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육아와 돌봄에 대한 책임은 남녀 모두에게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결과를 낳고 있으며 그 결과 1인 가구 시대로 진입하였다.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는 저출생의 문제를 생물학적으로 아이를 낳아야 하는 여성의 출산 문제로만 여전히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청년 세대의 결혼 기피와 출산 거부 현상은 현재의 성별 분업 구조와 역할 분담에 그들이 만족하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그래서 ‘저출생 시대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해법은 성평등 사회를 이루는 것이다.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는 것은 타인의 인권과 노동권을 배려하는 사회를 만드는 과정이며, 이를 위해서는 노동 중심성에서 탈피하여 일·생활 균형적 관점을 회복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노동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난 일·생활 균형적 관점이 성평등 정책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시민이 고생하여 낸 세금으로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양질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 지역 성평등 지수에서 광주광역시는 2018년 중하위에서 이듬해에는 상위로 두 단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경제활동, 의사결정, 교육·직업 훈련, 보건·복지에서 상위권인 광주광역시가 안전, 가족, 문화·정보에서는 하위권이라는 사실이다. 광주광역시의 가부장적인 가족 문화 개선을 위해 일·생활 균형을 위한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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