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260초
2021년 10월 19일(화) 02:00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항우연) 로켓 엔지니어들은 2016년 5월 3일을 ‘(액체)엔진 독립의 날’이라고 부른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75t급 엔진에 처음으로 1.5초 동안 불을 붙인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1.5초간의 연소시험에 성공, 우주발사체 엔진 원천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엔진 독립을 선언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항우연이 지난 10일 유튜브 ‘KARI TV’에 올린 누리호 엔진 제작 관련 영상은 16만3000여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75t에 관련된 모든 기술과 설계나 제작 그리고 조립·시험에 관련된 것을 순수 국내기술 즉 우리 손으로 했기 때문에 그걸 ‘엔진 독립의 날’이라고 칭하고 싶습니다.” 항우연 한영민 엔진개발부장의 말이다. 연구진은 1.5초 연소시험에 성공하기까지 많은 난관을 겪었다. 로켓 몸체와 추진제 수송 시스템 사이의 공진 문제와 연소 불안정 현상 등 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다. 또한 국내에 엔진 연소시험 설비가 없어 외국 설비를 빌려 쓰려다 거절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영상에 따르면 항우연 연구진은 1.5초 연소를 시작으로 10초, 75초, 145초로 시간을 늘려 나갔다. 연구진은 75t 엔진 33개를 만들어 테스트했다. 184차례나 똑같은 연소시험을 실시했는데 총 연소시험 시간이 1만8260초에 달한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5시간4분20초이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연소시험을 한 것은 75t 엔진의 신뢰도와 내구성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연구진은 숱한 실패와 도전 끝에 마침내 ‘엔진 독립’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 독자 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21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다. 3단으로 구성된 ‘누리호’는 300여 개 기업의 협업에 따라 37만 개 부품으로 구성됐다. 1단 로켓은 75t 엔진 네 개를 묶어(Clustering) 300t급 추력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수많은 땀방울의 결정체인 ‘누리호’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한국의 장기적인 우주개발 프로그램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그리고 이번 발사를 계기로 우주로켓 과학자를 꿈꾸는 ‘누리호 키드’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