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숙최난(畵孰最難)
2021년 10월 15일(금) 02:00 가가
한비자(韓非子)에 ‘화숙최난’(畵孰最難)이라는 제목의 우화가 나온다. 화숙최난은 ‘무엇이 가장 그리기 어려운가?’라는 뜻이다.
제나라 왕의 식객 가운데 화가 한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왕이 화가에게 물었다. “무슨 그림을 그리기가 가장 힘든가?” 화가는 “개나 말을 그리는 것이 어렵습니다”라고 답한다. 왕이 재차 묻는다. “그렇다면, 무슨 그림을 그리기가 가장 쉬운가?” 화가는 망설임없이 “귀신과 도깨비를 그리는 것이 가장 쉽습니다”라고 했다.
그 이유를 궁금해하는 왕에게 화가는 곧바로 설명을 해 준다. “개나 말은 사람들이 날마다 보는 대상인지라 진짜와 흡사하게 그려야 합니다. 누구나 다 알고 아침저녁으로 보는 대상이기 때문에 똑같이 그려야 해서 아주 어렵습니다. 반면 귀신이나 도깨비는 눈앞에 있지도 않고, 본 사람도 없고, 형체도 없는 터라 마음대로 그려도 됩니다. 귀신을 닮지 않았다고 증거를 제시하거나 따질 사람이 없으니 그리기가 제일 편합니다.”
귀신처럼 근거가 없는 허황된 사실이나 논리를 경계하는 고사성어이다. 검증할 수 없는 과장된 말이나 주장은 가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반드시 그 주장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보려는 배경이 있다. 현명한 사람은 남의 말을 들을 때도 그 이면을 뚫어 보는 분별력이 있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정치인들의 말처럼 믿기 어려운 것도 없을 것이다. 자신의 이익이나 정당의 입장에 따라 수시로 말을 바꾸고, 심지어 정적에 대해서는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악의적이고 근거 없는 공격을 퍼붓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요즘만 하더라도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여야 정치인들은, 의혹에 의혹을 덧칠해 논란에 논란을 키우고, 경쟁자를 끌어내리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
차기 대통령은 위드코로나 시대에 국정을 안정시키고 침체된 경제를 되살려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안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상당수가 미래 비전보다는 코로나 사태를 기회로 삼아 국민들의 환심만 사려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공약의 근거와 논리가 충분한지 꼼꼼히 살펴 본 뒤 후보를 선택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한 때이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
제나라 왕의 식객 가운데 화가 한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왕이 화가에게 물었다. “무슨 그림을 그리기가 가장 힘든가?” 화가는 “개나 말을 그리는 것이 어렵습니다”라고 답한다. 왕이 재차 묻는다. “그렇다면, 무슨 그림을 그리기가 가장 쉬운가?” 화가는 망설임없이 “귀신과 도깨비를 그리는 것이 가장 쉽습니다”라고 했다.
차기 대통령은 위드코로나 시대에 국정을 안정시키고 침체된 경제를 되살려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안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상당수가 미래 비전보다는 코로나 사태를 기회로 삼아 국민들의 환심만 사려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공약의 근거와 논리가 충분한지 꼼꼼히 살펴 본 뒤 후보를 선택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한 때이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