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
2021년 10월 08일(금) 02:00 가가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배트와 헬멧 그리고 신발에 참을 ‘인’(忍) 자를 새겨 넣었다. 초등학교 때 운동을 시작한 이래 ‘많은 것을 참아야 야구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참을 ‘인’ 자와 함께 30년 가까운 선수 생활을 하면서, ‘야구는 이종범’이라는 찬사를 받을 수 있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자기 분신처럼 소중한 모자나 배트에 ‘욕심을 버리자’ ‘타인을 의식하지 말자’ 등 좌우명을 적어 넣기도 한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 또는 우정·신앙과 관련된 문구를 새기기도 한다. 좀 더 나은 플레이를 위한 일종의 ‘승리 부적’인 셈이다.
KIA 타이거즈의 나지완은 성적 부진으로 함평 2군 구장을 자주 오르내렸는데 헬멧에 함평을 상징하는 ‘나비’ 스티커를 붙이고 나서 한때 방망이가 훨훨 날았다고 한다. 양현종은 KIA 선수 시절 모자에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 이두환의 이니셜 ‘D.H’를 새기고 경기에 임했다.
최근 주역(周易)에 나오는 ‘화천대유’ ‘천화동인’을 부동산 투기꾼들이 악용하면서 ‘일확천금’ ‘불로소득’ 논란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여기에 대선 경선 TV토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손바닥에 임금 ‘왕’(王) 자를 새기고 나온 뒤 ‘주술 논쟁’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다.
미국 프로야구에서도 몸에 새긴 문신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프린스 필더라는 선수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자신의 이름을 새겼는데, 한글로 쓴 ‘왕자’는 TV 중계 화면에서 가장 잘 보이는 왼쪽 귀 밑 목 부분에 있었다. 최연소 메이저리그 50홈런을 기록하고 MVP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필더는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차지하기 위해 더 큰 구단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겼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다양한 문신을 새긴 목에 이상이 생겼고 결국 목 수술을 받은 뒤 ‘역대급 먹튀’라는 비난을 들으며 야구계를 떠난 것이다.
동전에는 양면이 있고 세상사 또한 그렇다. ‘승리 부적’은 팬들을 기쁘게라도 한다. 하지만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무속인이 등장하고 부적이나 역술이 개입되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최순실 사태를 겪은 게 불과 5년 전 일이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
KIA 타이거즈의 나지완은 성적 부진으로 함평 2군 구장을 자주 오르내렸는데 헬멧에 함평을 상징하는 ‘나비’ 스티커를 붙이고 나서 한때 방망이가 훨훨 날았다고 한다. 양현종은 KIA 선수 시절 모자에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 이두환의 이니셜 ‘D.H’를 새기고 경기에 임했다.
동전에는 양면이 있고 세상사 또한 그렇다. ‘승리 부적’은 팬들을 기쁘게라도 한다. 하지만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무속인이 등장하고 부적이나 역술이 개입되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최순실 사태를 겪은 게 불과 5년 전 일이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