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출판 진흥 조례’ 시행을 대환영한다-정창재 출판사 대표, 전 광주문화예술회관장
2021년 10월 08일(금) 00:30
저술가 겸 출판인인 필자에게 지난 9월 29일은 큰 사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날이다. ‘광주광역시 지역 출판 진흥 조례’가 드디어 이날 시행에 들어가 출판계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주변에 책을 쓰는 사람이 드물고, 한국 출판계에 명함을 내놓을 만한 지역 출판사가 없으니 그 가치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출판인인 필자에게는 대단히 큰일이다.

그런데 먼저 이 조례안을 누가 발의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조례 발의권은 시장(실국장)과 시의원에게 있는데 누가 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오래 전에 제정돼야 할 조례가 이제야 만들어진 것은 시쳇말로 어느 한 쪽은 직무 유기를 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조례를 대표 발의해 시행하도록 애쓴 김나윤 시의원에게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한다.

왜 출판 산업이 중요할까? 인류 역사 이래로 출판은 중요한 가치를 지녀 간단히 기술하기 힘들다. 현재의 여건에서만 본다면, 출판은 먼저 그 지역의 인문학과 인문 정신문화를 좌우해 팬데믹 시대를 이겨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또 문화산업적으로 본다면 한 개의 출판사(신문사, 잡지사 등 포함)는 저술가, 교정 교열가, 편집 디자인사, 인쇄사·제본사·배본사·운송사, 언론사 및 홍보 대행사 그리고 서점과 연동돼 있다. 따라서 책 한 권이 나오면 수 개의 업체가 움직이면서 일거리를 만들어 준다. 나아가 지역 독서 문화에 지대한 연관을 갖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출판사와 연동해 책과 독자가 만나는 장소를 제공하는 서점이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차제에 좋은 결과를 맺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보면 그 답이 나온다. 광주와 달빛동맹을 맺고 있는 대구시를 보자. 물론 대구는 광주시보다 시세가 크지만 광주시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을 한다고 할 때 대구는 크게 세 가지를 챙겼다. 그것은 뮤지컬, 오페라, 출판 산업이다. 광주가 최첨단 문화예술산업에 초점을 맞출 때 대구는 반대로 전통예술 산업을 육성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역이 됐다. 참 아이러니하다.

출판 산업을 살펴보자. 대구는 20년 전부터 ‘출판문화 산업단지’를 조성하더니 2017년에 ‘대구출판산업 지원센터’를 열고, 2019년에 ‘대구광역시 지역 출판 진흥 조례’를 제정한다. 산업단지, 센터 건립에 일정 부분 국가 지원을 받았으나 운영은 시비로 한다. 지원센터는 조례에 의거해 출판사, 서점, 시민 독서를 향상시키는 사업을 추진하는데 참 획기적이다. 대구시는 2021년 본 예산으로 9억 3000만 원을 지원했다.

센터 사업 중에 광주 사람들 상상을 초월하는 사업이 하나 있다. 그것은 ‘대구시민 도서 구입비 지원 사업’이다. 센터가 35개 정도의 서점을 선정해 놓고 시민들에게 도서를 구입하게 한다. 시민 1인당 10만 원 범위 내 도서 구입비 중 타 지역 출판사 도서는 50%, 대구 지역 출판사 도서는 80%를 지원한다. 즉 시민 1인당 5만 원~8만 원을 지원한다는 것인데 전체 7000만 원을 투자하니 시민 1400여 명에게 정신문화 복지비를 지원하는 셈이다. 이렇게 하여 출판사와 서점, 시민 모두가 더불어 사는 대구를 만들어 간다. 대단히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광주는 이제 첫걸음을 뗐다. 집행자인 광주광역시는 조례에 규정된 세부 실천 계획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조례에 서점가 활성화를 위한 내용들을 더 채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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