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수확기, 농촌 일손 돕기에 관심을-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2021년 10월 06일(수) 05:00
지난 주말에 집 근처 텃밭에서 고구마를 캤다. 올해 초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주말농장에서의 가을 첫 수확이었다. 한여름 뜨거운 폭염에도 쭉쭉 뻗어나간 고구마 줄기는 본의 아니게 옆의 밭에 피해를 줬었다. 고구마순만 너무 무성해 수확은 별 기대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땅속 깊숙이 굳게 박혀 어른 팔뚝 만한 고구마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게 아닌가. 그야말로 캐도 캐도 끝없이 나오는 고구마 덩굴이었다. 다섯 평 남짓한 밭을 캐는데 두어 시간이 훌쩍 걸렸으니 말을 다했다. 처음에는 하나둘 올라오는 고구마가 신기하고 재미있었으나 깊게 박힌 고구마와의 사투를 벌일 때에는 진땀을 꽤나 흘려야 했다. 그래도 밭 위에 수북이 쌓인 고구마들을 보니 가슴이 뿌듯해졌다. 뭔가 수확의 기쁨이랄까? 그렇다. 지금 우리 농촌은 본격적인 가을 수확기에 접어들었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농촌은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봄 영농철부터 외국인 근로자들의 수급 문제로 일손 부족에 시달렸고 농작물이 익어가는 여름철에는 마른장마와 함께 시작된 예기치 못한 폭우와 폭염 등 기상이변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9월 초순 100㎜가 넘는 비가 내린 강원 지역 농가에는 온갖 병해충이 창궐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고랭지 배추를 재배하는 태백의 산간 밭에는 채소가 흐물흐물해지면서 썩는 ‘무름병’과 뿌리가 기형적으로 부푸는 ‘뿌리혹병’ 등이 급속히 퍼졌다. 전북 전주의 대표적 과수 작목인 배도 병충해를 피해 가지 못했다. 올해 전주 지역 배 생산량은 평년 4035t에 못 미치는 3762t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당도도 10∼11브릭스(Brix)로 예년보다 10%가량 낮고, 과실 크기도 전반적으로 작은 상태다. 여기에 일부 과실에는 엷은 흑색의 얼룩무늬가 생기는 흑성병이 번졌다.

그리고 가을 수확기, 농촌 일손 부족 문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필자가 몸담고 있는 농협에서는 농촌 일손돕기 행사를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은 물론 4~5명씩 소집단으로 분산해서 작업을 실시하고, 점심 식사도 도시락으로 각자 해결하는 등의 조치와 함께 말이다.

요즘 코로나 장기화로 심리적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농촌 일손 돕기’는‘코로나 블루’ 극복에도 제격이다. 어려움에 처한 우리 농촌과 농민들에게 힘이 되는 것은 물론, 가을 수확의 기쁨과 아울러 마음의 풍요로움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블루 극복은 덤이다. 올 가을, 물 맑고 공기 좋은 농촌 들녘에서 수확의 굵은 땀방울을 한번 흘려 보는 것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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