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때아닌 주술 논쟁인가
2021년 10월 06일(수) 01:00
국민의힘 경선 판이 정책 경쟁을 해도 모자랄 판에 때아닌 주술 논란에 휩싸였다.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손바닥에 ‘왕’(王) 자를 쓰고 TV토론에 나온 사실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손바닥에 ‘왕’ 자 긋고 나오는 후보, 빨간 속옷만 입고 다닌다는 후보가 있다”며 야당 후보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여기서 ‘빨간 속옷’은 윤석열 후보가 자신의 주술 의혹에 대해 반박하면서 한 말인데, 이는 빨간색을 좋아하는 홍준표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술은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동짓날 역귀를 물리치기 위해 팥죽을 집안에 뿌렸던 것도 그 중 하나다. 주술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미 민속으로 정착된 주술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선거 때마다 역술가를 찾았다는 얘기가 들려오곤 한다.

문제는 윤 후보 캠프 인사들의 석연치 않은 해명이다. 손바닥의 ‘왕’ 자 시비가 일자 캠프 대변인은 “(5차 토론회) 전에는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앞선 3·4차 토론회에서도 있었던 게 곧바로 확인됐다. 그러자 “동네 할머니들이 힘 받으라고 적어줬다”고 말을 바꿨다. 캠프 측은 또 손 세정제로 지우려 했지만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이 역시 실제 해 보고 얼마든지 지워진다는 반론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급기야 캠프 측 인사는 “(윤 후보가) 손가락 위주로 씻는 것 같다”고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있지 않느냐고 생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력 후보가 주술을 믿든 종교를 믿든 다른 사람들이 관여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거짓 해명은 치명적일 수 있다. 닉슨 대통령도 도청이 문제였지만 결정적으로 탄핵을 당하게 된 원인은 거짓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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