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변화에 따른 댐의 합리적 이용 방안 마련을-김대근 목포대 토목공학과 교수
2021년 09월 27일(월) 06:00
최근 기후변화로 독일 라인강 범람과 천 년 만의 중국 홍수, 유례없는 폭염에 의한 북미의 산불 피해 등 기존에 겪어 보지 못했던 자연재해가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에는 집중호우로 홍수 피해가 크게 발생했다. 최근 정부는 지난해 섬진강댐 하류 홍수 피해에 대한 조사 결과와 향후 대책을 발표하였다. 법·제도의 개선과 댐·하천의 통합 연계 체계 구축 등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비한 홍수 관리 대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와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댐의 홍수 조절 용량과 용수 공급량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확보된 홍수 조절 용량과 용수 공급량을 기반으로 운영 관리 체계까지 잘 갖춘다면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에도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홍수 조절 용량 및 용수 공급량 추가 확보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신규 댐 등의 건설은 사회적 합의 등의 문제로 추진이 어렵다. 따라서 그 대안으로 ‘기존 댐의 합리적 재배분을 통한, 변화하는 여건에 맞는 효율적 댐 이용’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는 기후변화와 도시화, 산업화 등 댐 건설 당시와 달라진 여건을 고려하여 용수 공급량 및 홍수 조절 용량을 재배분하여 댐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일본의 경우 2004년 니가타현에서 대홍수로 인한 댐 하류 홍수 피해로 댐의 홍수 조절 용량을 재평가하고 댐의 이수 용량을 홍수 조절 용량으로 재배분(325만㎥→393.1만㎥)한 사례가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2002년 시간당 500㎜에 달하는 집중호우로 발생한 홍수 피해로 15개 댐에 대해 이수 용량의 일부를 홍수 조절 용량으로 재배분하였다.

‘2020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도시화와 산업화로 최근 8년간 농경지 면적이 10.5% 감소(2012년 173만㏊ → 2020년 156만 5000㏊)하였다. 따라서 농업용수의 수요는 점차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며, 삶의 질 향상에 따라 환경 개선 용수 등 다양한 용수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한정된 수자원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댐의 배분량에 대한 중요도를 경제적으로 재평가하고 사회적 기회비용을 줄이고 편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존 댐의 합리적 재배분이 절실하다.

섬진강댐은 1940년에 일제의 식량난과 자재난 해결을 위해 관개 및 발전 용수 확보를 목적으로 처음 계획되었고, 1965년 건설되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현재 연간 계획 공급량 4억 3500만㎥ 중 약 85%가 농업용수로 공급되고 있고, 한국수자원공사·한국농어촌공사·한국수력원자력 3개 기관이 댐 사용권에 대한 협의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섬진강 유역은 작년 홍수 피해를 크게 입었던 지역이며, 지난 8월 3일 정부 발표에서도 제시되었듯이 섬진강댐은 200년 빈도인 다른 다목적댐과 달리 100년 빈도의 홍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구조적으로 홍수 조절 용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 같이 홍수 조절 용량이 다른 다목적댐들에 비하여 부족함(합천 댐의 38%, 용담댐의 22% 수준)에도 불구하고 섬진강댐은 댐 사용권에 따른 배분량 설정으로 현 법·제도 내에서는 홍수 조절 용량을 확대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다. 또한 섬진강댐은 건설 당시 댐 하류에 대한 기득수리권을 설정하지 않아 하천 유지 유량이 배분량으로 설정되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물은 유역 외 관개용수로 공급되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도시화에 따른 농경지 면적 감소 등의 여건 변화를 고려한 합리적 댐 이용 체계의 마련이 무엇 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또한 섬진강 하류 재첩 생태계 보존을 위한 적정 유지 유량의 확보 등을 위해서도 우선적으로 기존 댐의 재평가 및 합리적 재배분 시행을 위한 법·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법·제도에는 ‘국가물관리 기본계획’(10년 단위) 등 법정 계획처럼 기후변화와 여건 변화를 반영한 기존 댐의 재평가 및 재배분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세부 방법론과 기준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 댐의 재평가 및 재배분이 정기적으로 시행된다면 기후변화에 따라 가속화되고 있는 자연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국내외의 자연재해를 보며 이러한 법·제도적 장치가 하루속히 마련되고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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