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평가도 축구처럼 원팀 게임이다-유영민 전남도 정책기획팀장
2021년 09월 02일(목) 05:00

유영민 전남도 정책기획팀장

여름 한낮 초록의 잎새를 더해 가던 들판의 어린 벼는 비와 바람과 태양빛을 받으며 가을 즈음엔 우리의 곡식이 되어 준다. 풍성한 수확은 농부의 땀과 노력의 결정체이자 자연이 준 선물인 것이다. ‘정부합동평가’도 이와 유사한 이치다. 한 해 동안 일한 성과가 다음 해 봄 결과로 나타나고 도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합동평가는 정부업무평가기본법 제21조에 따라 지자체가 수행하는 국가위임사무나 국고보조사업, 국가 주요시책 등을 17개 시도(시·군 실적 포함)에서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제도이다. 평가는 정량지표와 정성지표로 나누어 시스템 평가 및 전문가 평가가 함께 실시된다. 정량지표는 성과를 가시적 실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지표이다. 지표별 목표치가 있고 이를 달성하면 되는 지표다. 시도별 여건에 따라 목표 달성이 어려운 지표가 있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을 찾아내고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정성지표는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곤란한 경우에 실시된다.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인 만큼 평가를 받는 입장에서는 핵심 역점 사업들을 요약서에 정성스럽게 담아 제출한다. 각 시도가 최선을 다하는 만큼 최종 우수 사례로 선정되는 게 꽤 까다롭다.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평가단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사업 추진 동기부터 추진 과정 그리고 결과까지 지표 담당 공무원뿐만 아니라 모든 구성원의 노력이 합쳐져야 가능하다.

2021년 정부합동평가에서 우리 도가 21개 정성지표 중 8개 지표에서 우수 사례로 선정된 것은 도 및 22개 시군이 합심한 결과였다. 그렇다면 내년도 합동평가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먼저 합동평가는 단체전이라 할 수 있다. 단체전에서는 주전 한 명의 선수 능력과 활동만으로는 승리하지 못한다. 축구에서 주공격수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중앙 선수의 공 배급이 원활하지 못하거나 수비수나 골키퍼가 자칫 실수라도 하게 되면 그 경기는 패배하게 된다. 합동평가도 마찬가지다. 도 담당 부서나 시군에서 특정 지표를 소홀히 하거나 실적 달성이 어렵다고 쉽게 포기하게 되면 전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목표 달성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두 번째는 개인기를 갖추어야 한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탁월한 성적을 내고 있는 손홍민 선수도 기본적으로는 탄탄한 개인기가 있기 때문에 팀에서 자리를 지키고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표별 합동평가 담당자도 본인이 맡은 분야에서만큼은 최고의 기량을 갖추어야 한다. 지표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제도 개선, 예산 확보, 운영 실적, 홍보 활용 등 평소에 꾸준히 실적을 쌓아야만 연말에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감독의 역할이다. 중요한 대회에서는 감독이 상대 팀에 맞춘 특성화된 전략을 짜고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경기의 흐름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다. 감독 역할을 하는 총괄 책임자가 종합 대응 계획을 세워 매월 달성해야 하는 담당별 목표를 명확히 지정해 주고, 계획 대비 실적이 나지 않는 지표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대책을 마련해 감으로써 결국에는 우수 지자체로 선정된 것이다.

평가 준비는 고달프지만 결과가 좋으면 도민은 행복해진다. 최근 지자체의 행정 능력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합동평가에서도 우위를 가르게 되는 것은 백지장 한 장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다. 순간의 방심이나 안일이 전체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순위가 바뀌게 된다. 학창 시절 시험을 보고 나면 늘 아쉬움이 남곤 했었던 것처럼 평가라는 것도 역시 왠지 모를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아마도 개인이 아닌 단체전이기에 결과에 대한 미련도 더 큰 것 같다.

어느 조직이나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게 되면 노력에 대한 보상이 주어진다. 합동평가 역시 일한 만큼의 긍지를 불어넣기 위해 평가 결과에 따라 근무성적평정이나 성과관리(BSC) 가점을 부여하는 한편 우수 시군에는 사업비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제아무리 보상이 주어진다 해도 본연의 업무 처리에 더해 합동평가 지표까지 맡아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챙겨야 할 것이 많아지고 더 바빠지게 되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담당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겠지만 지표 하나하나가 모여서 목표를 달성하고 자랑할 만한 우수 사례가 많아지게 되면 결국엔 도민이 편하게 된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이왕 받는 평가에서 전남이라는 원팀(ONE-Team)으로 좋은 결과까지 얻게 된다면 기분 좋은 일이 아닐까. 오늘도 늦은 밤까지 불 꺼지지 않는 도와 시군 평가 담당 부서 공무원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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