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공무원 자리 하나 늘리려는 발상 아닌가
2021년 08월 31일(화) 00:30
광주시가 광주문화예술회관 관장의 ‘개방형 직위’를 해제, 지역 문화 발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시는 성현출(57) 광주문화예술회관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곧바로 개방형 직위를 해제하고 다시 공직자를 문예회관장에 임명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시는 광주문예회관의 책임 있는 경영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난 2019년 처음으로 공모를 통해 민간인 전문가를 영입했으나, 28년 만의 이러한 변화와 실험이 3년도 못 돼 허망하게 끝난 셈이다.

이와 관련 민간 전문가의 운영과 관련해 어떠한 평가도 없이 숱한 토론과 논의 과정을 거쳐 진행한 ‘28년 만의 시도’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은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많다. 문화계와 의회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관장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잦은 인사 교체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 공무원 대신 개방형 공모를 끊임없이 요구해 온 것이 이를 말해 준다.

실제로 개관 후 지금까지 관장은 모두 시 공무원이 맡아 왔는데 모두 23명의 관장이 거쳐 갔고 평균 임기는 1년 2개월에 불과했다. 그러는 동안 전문성과 경영 능력 부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었다. 첫 민간인 관장이었던 성 관장은 지난 2019년 개방형 직위로 전환된 후 임명되었고 연임에도 성공했으나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어찌 됐든 이번에 개방형 직위가 해제되면 광주시는 ‘책임 있는 전문가’들이 운영을 맡는 문화계 추세와는 상반된 길을 걷게 된다. 대구·대전 등 대부분의 광역시에서는 민간 전문가를 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8년 만에 새롭게 도입했던 제도를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하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 이번 개방형 직위 해제가 일부에서 의심하는 것처럼 공무원들이 차지하는 ‘자리’ 하나를 더 늘리려는 발상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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