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빈대 잡으려다 집까지 태울라
2021년 08월 30일(월) 01:00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골자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고의·중과실로 허위·조작보도를 한 언론사에 최대 다섯 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토록 하는 내용이다.

한데 이러한 민주당의 언론 개혁안에 대해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은 물론 정의당과 진보 언론마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국신문협회와 관훈클럽·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국내 언론 7개 단체도 공동성명을 통해 “언론에 재갈 물린 위헌적 입법 폭거를 규탄한다”고 했다.

가짜 뉴스를 척결하고 언론을 개혁하겠다는데 이들은 왜 반대를 하는 걸까. 허위·조작 보도는 물론 고의·중과실이라는 판단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계가 지적한 부작용이나 독소조항을 일부 잘라내긴 했지만 그럼에도 법안에는 언론 자유를 훼손·위축·침해할 수 있는 대목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군부독재 정권에 맞서 자유언론 투쟁에 나섰던 원로 언론인들마저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자유언론실천재단은 “언론 피해의 심각성과 피해자 구제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면서도 “기나긴 군부독재의 터널을 뚫고 어렵게 얻어진 언론자유에 심각한 제약과 위축 효과를 갖는다는 점에서 이 법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것은 심각한 후유증을 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가짜 뉴스를 없앤다며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이는 것은 자칫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자유언론실천재단의 원로들을 비롯한 언론 유관단체들과 정의당이 제안한 ‘국회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위축시킬 여지가 있는 조항들을 바로잡고 허위·조작 보도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 구제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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