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폭력에 의한 집단 트라우마 평생 간다
2021년 08월 27일(금) 04:00
5·18 당시 경험했던 야만적인 국가 폭력에 의해 생긴 트라우마는 평생 간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국가 폭력은 특히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은 물론 간접 경험자에게도 집단적으로 트라우마를 안긴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5·18민주화운동 진상조사위원회와 경상대 산학협력단이 최근 내놓은 연구용역 보고서는 국가 폭력에 의한 집단 트라우마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연구 팀은 50명을 직접 피해자, 유가족, 의료인과 수습대원 등 5·18 당시 현장 대응인, 목격자, 사후 노출 피해자 등 5개 그룹으로 나눠 5·18의 집단 트라우마에 대한 심리·사회적 표본조사를 실시했다.

직접 피해자들의 경우 금전적 보상과 상관없이 트라우마가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거나 강화됐고 유가족들도 가족 해체 속에서 고통받기는 마찬가지였다. 현장 대응인과 목격자 등 간접 피해자들도 참혹했던 경험을 떨쳐내지 못하고 비슷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5·18 당시 사진이나 영상을 접한 사후 노출 피해자들인데 이들이 겪는 트라우마도 생각보다 컸다는 점이다. 참혹한 장면을 이미 수십 년이 지나 접하게 되었는데도 충격을 받아 죄책감과 분노라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니 집단 트라우마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국가 폭력에 의한 집단 트라우마의 심각성을 확인한 만큼 이제는 국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절실하다. 광주에 트라우마센터가 운영되고 있고 국립 트라우마센터 설립이 예정돼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전문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선은 광주트라우마센터를 활용해 피해 당사자는 물론 사후 노출 피해자까지 아우르는 집단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지역 정치권은 지지부진한 국립 트라우마센터 설립을 최대한 앞당길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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