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선 후보의 ‘개 식용 금지’ 공약을 접하고-조경 사단법인 가치보듬 대표
2021년 08월 26일(목) 23:30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내년 3월로 다가왔다. 최근 민주당 어느 대선 경선 후보가 일곱 가지 ‘동물·사람·자연 통합 복지’ 공약을 발표했다. 개·고양이 식용 근절, 상업적 번식과 매매 제한, 학대 및 유기 근절, 지자체 동물 전담 부서 설치, 반려동물 문화교육. 공약의 핵심은 이러했다.

여기서 괄목할 만한 이슈는 누가 봐도 ‘개 식용 근절’일 것이다. 물론 상업적 번식과 매매를 제한하여 유기동물 입양율이 95% 이상인 ‘티어하임’이 있는 독일처럼 생산·판매업의 제한이나 학대와 유기를 근절하겠다는 공약도 동물복지의 필수 과제지만, ‘개 식용’이라는 이슈를 공론화하여 정면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대선 후보는 처음인 것 같다.

그동안 여러 정권의 대선 후보가 ‘개 식용 근절’을 쉽게 공약하지 못한 이유가 뭐였을까? 지금까지 정부와 국회가 내세운 구실은 ‘국민적 합의’였다.

식용견 농장과 불법 개 농장이 많기로 유명한 경기도내의 농장의 50%가 이미 폐업을 했거나 앞으로 폐업할 예정이라는 한 매체의 조사 결과를 본적이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개식용 시장인 성남 모란 개 시장이 5년의 진통 끝에 결국 철폐되었고 우리나라 3대 개 시장 중 하나인 부산의 개포 개 시장도 2019년 5월 철폐가 결정된 후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마지막 남은 대구 칠성 개 시장도 입구의 뜬장을 철거하고 대구시와 업종 전환 등의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정도면 개 식용 근절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미 끝났다고 봐야 되지 않을까? 한 표 한 표가 소중한 대선 후보들이 국민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공약을 발표할 리도 없거니와 그것이 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철저한 계산의 근거야말로 개 식용 근절을 바라는 시대적 요구와 국민적 정서가 반영된, 그들이 방패로 삼아왔던 ‘사회적 합의’가 아니고 무엇인가.

코로나19로 팬데믹을 겪고 있는 인류의 필사적인 몸부림과 전 세계인의 고통의 끝이 보이지 않는 지금, 동물 지옥으로 악명 높은 중국에서도 야생동물과 더불어 개 식용 금지 법안을 추진 중이다. 1950년 홍콩을 필두로 최근에는 대만, 필리핀, 태국도 개 식용을 국가가 나서서 금지시켰고, 중국 선전시에 이어 인도 나갈란드 주의 ‘개고기 판매 및 수입·거래 금지’도 작년에 발표되어 전 세계인들의 환영을 받는 동안에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개 식용 금지 법안을 회기 만료로 보란 듯이 사장시켰다

요즘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달콤한 미사여구에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당선 후 후보 시절 약속을 모르는 척 하는 정치인들의 공약 불이행은 정치권의 바닥 생태라는 것도 익숙하다. 그런데 만약에 말이다, 만약에 정말 누군가의 공약이 당선 뒤 실제로 이행된다면, 개·고양이 식용이 법으로 금지되고 전국 무허가 농장들이 철폐의 수순을 밟게 되는 날이 현실로 오지 않을까, 하는 솔깃한 기대감이 드는 것은 필자 뿐 아니라 1500만 반려 동물 인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1963년에 제정된 축산법과 지금의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개의 지위의 불일치 속에 50년 넘게 법의 모호함을 틈타 공공연하게 자행되던 잔인하고 참혹한 도살이 멈추는 날이 머지않아 올지도 모른다는 제법 신뢰 있는 희망이 생긴 것도 부인하지 않겠다.

아울러 동물복지 과업을 대선 공약으로 발표하는 후보가 앞으로도 계속 나오기를 바란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수반되고 많은 국민들에게 정서적 고통을 주고 있는 연간 13만 마리의 유기 동물 문제, 동물학대의 사각지대인 전국 280개소의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소, 재정난으로 사료조차 주지 못하고 굶기는 사설 보호소에 대한 정부지원, 그리고 인간에게 버려져 도심 생태계에서 힘겹고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길고양이들과의 공생 방안 등 과제는 산적해 있다.

버려지고 죽어가는 힘없는 생명들의 고통을 멈추게 할 수 있다면, 개 식용 근절과 번식·매매 제한, 동물 유기 근절이라는 대국민 약속을 과감히 공약하고 이행할 수 있는 정치인이 나타난다면, 필자는 정치적 이념과 진영을 떠나 한 사람의 유권자로서 한 표를 행사할 것이다. 그것으로 나의 고단했던 동물권 운동 20년 눈물을 보상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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