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야마 다에코
2021년 08월 26일(목) 05:00
독일 작가 케테 콜비츠의 작품은 한 번 보면 결코 잊히질 않는다. 아들과 손자를 모두 전쟁으로 잃었던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의 슬픔과 고뇌가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세계민중판화전’에서 만난 ‘씨앗은 짓밟혀서는 안 된다’란 작품도 그랬다. 열매 껍질이 씨앗을 보호하듯 어린아이들을 품안에 꼭 품고 있는 여성의 강인한 팔뚝과 의연한 표정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던 기억이 있다.

이날 전시장에는 ‘어머니의 절규’가 담긴 또 다른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일본의 도미야마 다에코(1921~2021)가 ‘80년 5월 광주’를 소재로 작업한 판화 연작들이다. 그중 희생자 앞에서 오열하는 여성의 모습이 담긴 ‘광주의 피에타’ 앞에서는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강렬한 붉은색 배경에 처절한 얼굴 표정이 너무도 생생하게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도미야마 다에코가 10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일본의 전쟁 책임을 끝까지 묻고 광주의 오월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민주화운동을 세상에 알렸던 그녀는 전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양심적인 예술가였다. 무엇보다 도미야마는 광주에게는 잊을 수 없는 작가다. 광주에서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6월 한 달간 작업했던 ‘쓰러진 자를 위한 기도 1980년 5월 광주’ 연작 판화는 길고 어두운 터널 속에 갇힌 ‘광주’에 등불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타계 소식과 함께 신문에 실을 작품을 고르기 위해 광주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그녀의 작품 46점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하늘로 치켜세운 주먹 하나가 그려진 ‘오월’에서는 강인한 의지가 느껴졌다. 수천 명의 얼굴이 새겨진 작품 ‘시민의 힘’에서는 그 한 사람 한 사람을 칼로 새기며 작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헤아려 보게 된다. 절규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담긴 ‘오월 어머니’나 어깨춤을 추는 이들의 모습에 울컥해지는 ‘자유광주 ’ 등도 인상적이다.

작품을 살펴보며 작가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그녀의 작품 46점을 모두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면 좋겠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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