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의 새로운 가치-박영길 서부지방산림청 영암국유림관리소장
2021년 08월 25일(수) 06:00

박영길 서부지방산림청 영암국유림관리소장

“조선수군은 대들보를 뽑아 대포에 넣어 쏜다” “조선 수군이 쏘는 화살은 통나무만 하다”

임진왜란 당시 사용되었던 대장군전(大將軍箭)의 이야기다. 이순신 장군은 “먼저 거북선으로 치고 들어가 용의 입으로 현자 철환을 치쏘게 하고 지자철환과 대장군전을 쏘아 왜선을 깨뜨리자, 뒤따르고 있던 여러 전선들도 철환과 화살을 교대로 쏘았다”면서 대장군전의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일본수군의 임진왜란 종군기인 ‘고려선전기’(高麗船戰記)에는 “조선군의 대형 화살에 맞아 일본 배의 망대와 갑판, 방패가 모조리 부서졌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수적인 우세를 과시하려고 떼를 지어 몰려오는, 재질이 약한 삼나무로 만들어진 왜선들은 멀리서 커다란 통나무를 쏘아 보내는 조선수군의 대형 화살(대장군전)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산도 대첩과 안골포 해전에서 대패한 일본군 구키 요시타카가 조선수군과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한 원인을 토요토미 히데요시에게 해명하기 위하여 대장군전을 일본으로 가져갔는데, 구키 가문에서는 지금도 가문의 보물로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몇 년 전 해군 사관학교에서 재현한 대장군전 실험 발사에서는 400m거리에서 화강암 틈새를 80㎝나 뚫고 들어가는 기록을 남겼다.

대장군전은 국궁(國弓)의 화살을 그대로 모방한 것으로 앞에는 쇠붙이로 무게를 맞추고 중간에는 날개를 달아 먼 거리를 날아가도록 하였으며 몸통은 단단하고 탄력이 좋은 가시나무로 만들었다. 천자총통에서 발사되는 충격에 버틸 수 있도록 가벼우면서도 단단하고 탄력이 좋아야 하므로 남해안 지역에 흔하면서도 잘 자라는 가시나무가 최적이었을 것이다.

가시나무류에는 붉가시, 가시, 참가시, 종가시, 졸가시, 개가시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모두 쿠에르쿠스(Quercus) 속(屬)에 포함되며, 나무가 단단하고 탄력성이 좋아 예로부터 건축재·선박재·기구재 등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열매는 식용으로, 나무는 조경수·가로수·방풍림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일부 해안 지역에서는 잎이나 작은 가지를 담석, 신장결석, 요로결석증에 약재로 활용하고 있는 데다 상록수로 연중 탄소 흡수량이 많고 산소를 배출하는 효과가 탁월해 최근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항균 효과와 피부 상처 치유 기능도 우수해 건강보조식품으로써 활용 가능성도 크다.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시기에 가시나무 뿐만 아니라 후박나무, 황칠나무 등 다양한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는 난대 산림수종의 확대 조성과 자원 증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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