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정신과 오페라 ‘무등둥둥’ -임해철 호남신학대학교 교수
2021년 08월 24일(화) 03:00
지난 8월 15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는 펠리체솔리스트(대표 강양은) 주최로 오페라 ‘무등둥둥’이 무대에 올랐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이미 1999년 빛소리오페라단(단장 최덕식) 창단 공연 작품으로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 올려졌고, 2002년에는 서울 국립극장 무대에서 공연돼 호평을 받기도 했다. 2010년에는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으로 강숙자오페라라인에서 재공연했다. 많은 공연물이 그리하듯이 창작 작품은 반드시 무대라는 거울 앞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본 후 수정되어짐으로써 우수 작품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런 면에서 ‘무등둥둥’은 열악한 지역 공연예술계의 모범 사례로 여겨진다.

작곡가 김선철은 꾸준히 작품을 다듬어 금번 공연에서는 실내악 편성의 반주로 콘서트 오페라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더불어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와 콜라보레이션 공연을 함으로써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을 추구하는 새 시대의 흐름을 타며 5·18의 고난을 8·15 만세의 환호로 승화시킨 훌륭한 무대였다.

특별히 조태일의 ‘겨울 소식’으로 시작, 11명 시인의 18편의 시가 대본이 된 본 작품은 평화의 바람을 타고 온 세상의 민주화의 꽃이 만발하기를 한소리로 노래했다.

한 지역의 문화는 보존과 소통이라는 두 과제를 함께 지닌다. 지역문화를 후세에 보존 계승해야 함과 동시에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옷을 입히고 다른 문화권과도 교류가 가능한 소통의 접점을 부단히 찾아감으로써 문화도시로 꽃피우게 된다. 보존만을 지나치게 강조함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타 문화권에 우리 언어로 대화를 시도함과 같은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정율성 선생 작품의 우수성을 이야기 할 때 당시 중국 악기를 반주로 하여 경극 형태로 작곡되던 시절, 한편으로는 각지의 민요를 채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타 문화권과의 교류를 선창하고 민요들을 주제로 하여 서양 악기로 편성된 작품을 남겼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이 때문에 우리는 그를 시대와 지역을 뛰어 넘은 선구자적 문화예술인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김선철의 ‘무등둥둥’은 현대음악 기법으로 작곡되어 있어 아시아권을 넘어 유럽 무대에서도 충분히 대화가 가능한 작품이라 여겨진다. 더욱이 ‘새야 새야 파랑새야’ 등 우리의 멋과 가락이 함께 어우러져 있고 ‘임을 위한 행진곡’이 현대음악으로 재해석되어 있어 더욱 돋보이게 되는 것이다. 작곡자 김선철이 어렵게 느껴지는 현대음악을 조성의 틀 안에 담고자 고뇌한 흔적이 역력하였다. 이와 같이 서양음악 어법을 우리 음악으로 중화시킴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날의 공연에는 지역 성악가들이 출연해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 주었다. 다만 자막이 없는 가운데 더욱 선명한 가사 전달의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창작된 연극, 뮤지컬 등 각종 공연물을 접했다. 또한 수많은 창작 공연물이 무대에 오르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창작물은 기준과 모델이 없어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그만큼 작가의 굳은 신념과 배짱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이를 높이 평가하고 다시 무대에 오르도록 힘을 모아 주어야 한다.

광주에는 5·18의 상황과 정신이 문화예술로 승화되어 표현되기를 바라는 문화시민들의 소망이 있다. 이에 5·18정신이 오페라 ‘무등둥둥’과 함께 국내외로 널리 선양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작품이 내년, 아니 매년 5·18의 문화적 표상으로 공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열식 대본을 극적인 구성으로 가다듬고 국악기와 함께 울리는 관현악 편성과 함께 음악 마디마디와 함께 세심하게 호흡하는 미디어아트로써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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