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산업 나눠먹기식 안 된다-한경록 광주전남연구원 융복합산업연구실장
2021년 08월 19일(목) 07:00
정부는 지난해 7월 디지털 뉴딜·그린 뉴딜·안전망 강화를 중심으로 ‘한국판 뉴딜’을 발표한 데 이어 10월에는 ‘지역 균형 뉴딜’을 내놓으면서 국민 체감을 위한 한국판 뉴딜의 지역 확산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지난달에는 한국판 뉴딜 2.0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그중에서 디지털 뉴딜 2.0에는 중점 프로젝트의 성과를 전 지역, 전 산업으로 확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특히 인공지능 분야 정책 추진 방향과 관련해 인공지능의 활용 영역을 산업과 지역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지역 거점 중심의 대형 선도사업 등을 기획·추진한다고 명시했다. 또 권역별 강점과 특성을 반영하여 각 지역에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 거점 중심 인공지능 확산 계획을 확정하여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은 광주는 인프라, 충청권은 연구개발, 강원권은 데이터 활용, 수도권은 민간 주도 글로벌화를 육성하는 등 인공지능산업을 전국으로 분산화하겠다는 내용이다. 당장 광주로 집중되어야 할 인공지능 분야 예산이 전국으로 나눠지면 정책 효과가 크게 떨어질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지난 3월에는 광주 첨단 3지구의 인공지능 클러스터 안에 구축하려던 인공지능 실증 테스트베드 사업이 경기도 판교에 밀려 탈락했다. 320억 원 규모의 이 사업은 광주시 인공지능 클러스터의 핵심 인프라 가운데 하나였다. 또 최근에는 광주 등 6개 지자체가 경쟁했던 국가 로봇 테스트필드 혁신 사업에 대구가 선정되었다. 총 사업비 3000억 원을 투입해 2023년부터 2029년까지 7년간 진행하는 국가적 프로젝트다.

이처럼 광주에 인공지능산업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향후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광주시의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 사업은 지난 2019년 1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으로 확정되었다. 국가 균형 발전 프로젝트로서 2020년부터 10년 동안 1조 원 규모의 사업비가 소요되며 현재는 4000억 원 이상을 투입하는 1단계(2020~2024년) 사업이 진행 중이다. 첨단 3지구에 인공지능 기술 개발 및 산업 육성에 필요한 데이터·기술·인력 등 자원과 데이터센터, 실증 기반시설 등 인프라를 집약한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2020년 1월에는 인공지능 중심도시 광주 비전을 선포하기도 했다.

이후 전담 조직 설치, 데이터센터 착공, 전문가 협업 체계 구축,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 제정뿐만 아니라 인재 양성을 위해 광주과학기술원 인공지능대학원 개원, 인공지능 사관학교 운영, 지역 대학의 인공지능 학과 개설 등을 추진했다. 이 같은 노력에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이 광주에 모여들면서 2019년 10월 인코어드P&P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00여 개에 이르는 기업, 기관 또는 협회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그야말로 인공지능산업 생태계 조성에 한창 탄력이 붙으면서 위상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선도도시로서 지속적으로 선점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에서도 한발 앞선 준비가 요구된다. 6000억 원 규모의 인공지능 중심 산업 융합 집적단지 조성 사업 2단계(2025~2029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더불어 블록체인, 사이버 보안, 메타버스 등 미래 유망 산업과 융복합하는 복안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한때는 인터넷 강국,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말을 들었으나,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첨단 분야에서 국제적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빠르게 추격을 해야 하는 분야인 것이다. 세계적 수준과 격차를 줄이고 인공지능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집중이 필요한 시기다.

지난 2월 국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착수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영상 축사를 통해 “광주는 대한민국 인공지능의 핵심거점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 정보통신 강국을 넘어 인공지능 강국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꿈을 실현시켜 줄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광주는 이제 막 인공지능산업의 씨앗을 뿌렸고 거기서 싹이 움트기 시작하고 있다. 지금은 정부가 광주의 역할에 힘을 실어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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