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인 질문
2021년 08월 19일(목) 02:00
공자의 제자 3000여 명 중 육예(六藝)에 통달한 이는 72명이었다. 사람들은 이들을 72현(賢)이라고 불렀다. 공자가 14년간 천하를 주유한 뒤 어려움을 회상하며 거명한 제자는 10명이다. 안연·민자건·염백우·중궁·재아·자공·염유·계로·자유·자하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을 흔히 공문십철(孔門十哲)이라고 한다. 이들 외에 공자 말년에 합류한 유약과 증삼까지 합쳐 12 제자가 단연 뛰어났다고 한다.

12 제자들 중 공자처럼 존칭의 의미로 ‘자’(子)를 붙이는 제자는 유자·증자·염자·민자 등이다. 유자는 공자와 생김새가 비슷한 데다 학문의 경지도 높아 공자 사후 가장 존경받았다. 유자가 강조한 것은 근본이었다. 그가 남긴 유명한 사자성어로는 ‘본립도생’(本立道生: 기본이 바로 서야 나아갈 길이 생김)과 ‘신사가복’(信使可覆: 믿음은 움직일 수 없는 진리이며 남과의 약속은 꼭 지켜야 함) 등이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관련 ‘공급’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여야 대선 예비후보들 모두 대규모 공급을 통해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입을 맞춘 듯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유세와 양도세 인상,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지정 등 거래 규제를 포함해 갖가지 카드를 쓰고도 실패한 문재인 정부를 보며 학습한 이들인지라 당연히 그럴 것이라 예상은 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국의 건축물 동수는 무려 727만5266동인데, 이 중 주거용이 가장 많아 절반 가까이 된다. 또한 주거용의 70% 정도가 아파트다. 그런데도 신규 아파트는 꾸준히 증가해 조만간 도시 전체를 뒤덮을 지경이다.

이쯤 해서 ‘주택은 과연 부족한가’ ‘아파트는 누구를 위해 짓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 봐야 하지 않나 싶다. 부족하다면 어디에 얼마나 수요가 있는 것인지, 집 없는 이들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얼마에 공급할 것인지,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답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인구 팽창기에나 써먹을 막무가내 공급은 후일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근본을 살펴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는 것이 국민을 대표하는 자의 도리 아니겠나.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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