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새로운 희망 ‘영농형 태양광’-임철현 녹색에너지연구원 태양에너지연구개발 실장
2021년 08월 18일(수) 06:00
국내에서 생소했던 영농형 태양광이 시작된 지도 벌써 6년째다. 영농형 태양광의 기본 콘셉트는 광포화점 이상의 햇빛은 작물이 활용하지 못하는데, 이 태양광을 전력 생산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 면적에 30% 정도만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는데 농지에서 영농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높이를 3m 이상, 가로 세로 기둥을 4~6m 간격으로 설치해 농지에서 농업과 태양광 발전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이러한 영농형 태양광이 보급·확산되지 못하고 50여 개 사이트에서 소규모 실증 연구 단계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인데, 계통 인프라 부족, 주민 수용성, 농지법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원인은 농지법이다. 지난 2018년 9월 정운천 당시 의원의 농지법 일부 개정안을 시작으로 박정·장병완 의원 등이 농업인의 소득향상 및 농촌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농업인이 농지에 태양광을 할 수 있는 법안을 제안했으나, 농업진흥구역 사용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채 지자체장과 농민단체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제21대 국회에 들어와 위성곤 의원 등이 지난 3월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면서 꺼져 가던 불씨를 다시 살려내고 있다.

녹색에너지연구원은 솔라팜 등과 함께 지난 2016년 영농형 태양광 관련 최초 국가 과제를 시작으로 영농형 태양광 관련 7개 과제를 수행하면서 20개 실증 사이트에서 참여업체와 농업관련 기관, 대학 등과 함께 벼·감자·양파·마늘·배추·깨·녹차·사료작물·배·포도·무화과 등을 재배했다. 실증 결과 태양광 모듈이 만드는 그림자의 영향으로 논밭 작물은 생산량이 20% 이하로 감소하였으며 과수 작물은 동일한 수준의 당도나 사이즈를 얻기 위해서는 1~2주일 정도 지연 수확을 해야 했다. 예를 들어 100㎾의 영농형 태양광을 하기 위해서는 600평 정도가 필요한데, 여기서 80㎏ 12가마가 나오던 것이 10가마 정도로 감소한다는 의미다. 시가로 24만 원의 손해를 입는 셈인데 태양광으로 인한 연 소득이 840만 원에 이르기 때문에 오히려 1년 수익은 6배에 달한다.

사실 농촌에서 농지의 생산성을 이처럼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비닐하우스였다. 비닐하우스는 고 박해수씨가 1960년 김해에서 시작한 것이 최초다. 오이·가지·고추 등의 시험 재배에 성공하며 ‘백색 혁명’으로 불리었다. 50년이 지난 현재 무려 8만 3000ha로 우리나라 전체 농지 면적의 5.2%에 달할 정도로 양적·질적으로 발전했다. 이 비닐하우스도 처음 도입기에는 여러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영농형 태양광도 설치할 수 있는 농지법 개정, ‘얼리 어답터’ 농업인들의 성공 사례 전파, 인허가 절차의 대행 및 간소화, 안정적인 지원 정책들이 기반이 된다면 비닐하우스 같은 성공적인 확산이 가능할 것이다.

농업인들이 알아야 할 것은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의 시대’라는 것이다. 2020년 기준 태양광 누적 보급 용량 전 세계 1위는 253.4GW로 중국이고, 일본도 71.4GW 세계 3위이다. 우리나라는 15.9GW로 9위이다. 중국과 일본은 태양광 뿐만이 아니라 영농형 태양광 보급 선진국이다. 영농형 태양광의 결이 다르긴 하나 중국 같은 경우는 태양광 발전소 부지의 남은 공간에 농사를 지어 농촌을 살찌우게 했고, 인구 밀도가 높고 땅이 비좁은 일본은 2006년부터 영농형 태양광을 시작해 벌써 4000개소가 넘게 보급됐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RE) 3020 계획에서 2030년까지 태양광을 34GW로 늘리기로 했고, 최근 선언한 2050 탄소중립 선언을 지키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125GW를 새로 지어야 한다. 단순 계산으로 최소 2GW에서 최대 13GW의 태양광을 매년 설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태양광 사업은 거대 자본을 가진 사업자들이 수익을 독식했다. 농촌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면서 정작 농업인들은 사업에서 소외시킨 것이다.

농업인이 태양광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몇 십 년 후 영농형 태양광이 비닐하우스와 같이 농촌의 한 풍경이 된다고 하면 가능한 일이다. 영농형 태양광, 이제 농촌에 새로운 비닐하우스가 될 것이다.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