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시대의 축산업-최우성 농협 전남지역본부 축산사업단 차장
2021년 08월 17일(화) 05:20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이슈는 ‘탄소중립’이 될 전망이다. 2019년 유엔(UN) 기후정상회의에서 121개 국가가 ‘기후 목표 상향 동맹’에 가입했고, 우리나라도 지난해 대통령이 국회 시정 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최근 ‘안티 축산’ 움직임이 축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어 축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세계식량기구(FAO)가 ‘축산업의 긴 그림자’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축산업을 이렇게까지 곤혹스럽게 할지 몰랐다. ‘축산업은 자동차, 비행기 등 전 세계 교통수단이 내뿜는 온실가스(14%)보다 훨씬 많은 18%를 배출하고, 메탄의 경우는 총 배출량의 37%를 차지한다’는 식의 내용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은 축산업이라는 오해를 낳게 했다.

하지만 이는 공정하지 않은 비교다.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가축 사육, 분뇨 처리, 사료작물 생산, 사료 제조, 축산물 유통 가공 분야까지 가치사슬 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부 합한 양이고, 운송 분야는 자동차나 항공기 등 운항 중에 발생하는 배출량을 합한 양이니 단순 비교의 오류다. 그럼에도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한 부정적 내용을 제시할 때는 공정하지 못한 보고서가 지금까지 인용되고 있다.

환경부의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의하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7억 2770만t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이다. 이 가운데 에너지 분야가 6억 3240만tCO2eq, 산업공정 분야 5710만tCO2eq, 농업 분야 2120만tCO2eq(경종업 1180만tCO2eq, 축산업 940만tCO2eq), 폐기물 분야 1700만tCO2eq 순이었다. 이를 토대로 하면 농업 분야는 전체 배출량의 2.9%에 불과하며, 특히 축산업은 전체의 1.3%로 경종업보다 적다.

‘축산업이 기후변화와 관계가 있다’는 내용을 ‘축산업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는 식으로 잘못 인식하면 ‘육식 기피’와 같은 혼란을 야기한다. 다양한 주장이나 이론 정립은 항상 교차 검증이 있어야 한다. 축산업만이 환경오염의 문제라는 식으로 선동하는 것은 자제하고, 산업구조 전반의 문제로 올바르게 재인식해야 하겠다.

축산업은 우수한 축산물을 생산해 인류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생명 산업이자 농촌 경제의 핵심 산업이다. 축산물은 농업의 발전 과정에서 야생동물을 사냥해 획득했던 것에서 진보하고 가축화해 사육함으로써 얻는 방식으로 전환한지 오래다. 인류의 식탁과 생활을 풍성히 채우는 고기와 달걀, 유제품, 가죽 등을 생각해 보자. 또 가축 사육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농업인들도 많다. 인류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축산업의 다양한 역할을 이제와서 기후환경의 문제라고 쉽게 내 팽개쳐서는 안된다.

축산업은 유기물 순환과 폐자원 재활용 과정에서 각 산업에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과 비용을 절감하게 하는 효용성이 높은 산업이다. 곡물로 기름을 짜고 남은 부산물 찌꺼기, 도축장 폐기물, 어류 폐기물 등은 사료로 제조돼 애완동물, 가축 등의 원료로 사용되고 가축 분뇨도 90% 이상이 유기질 비료로 재활용됨으로써 화학비료 생산량을 줄여 농작물의 생산 비용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한국의 축산업은 환경친화형으로 진화하고 있고 다양한 사업과 연계해 사람과 동물, 자연환경에 필요한 역할을 시작했다. 축산농장 방취림 조성, 가축분뇨 에너지 및 자원화 시설, 적정 사육 밀도, 저메탄 사료 개발, 악취 저감 시설 확충 등 축산업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억제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정부의 친환경 동물복지 정책들도 성과를 내고 있다.

사실에 의한 데이터, 축산업계 및 농업인의 자구 노력, 지역사회와 산업 현장에 대한 기여도는 축산업만이 환경 파괴와 동물 학대의 주범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해준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전 지구인의 노력이 시작된 지금, 축산업계도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꿔 국민과 공감하며 사랑받는 산업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후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오해를 바로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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