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은 왜 낙후 지역의 대명사가 되었나-박재영 광주전남연구원장
2021년 08월 06일(금) 05:30
1945년 해방 후 국내 인구 최다 지역은 전남과 경북, 경남이었다. 인구 점유율은 똑같이 각 15%대였다. 1960년에는 전남·전북 595만 명, 경남·경북 803만 명으로 서서히 격차가 벌어졌다. 이후 인구 이동 변화가 급격히 이루어지는데 2019년 호남(광주·전남·전북)은 514만 명, 영남(부산·대구·울산·경북·경남)은 1188만 명으로 두 지역 간 인구가 크게 차이가 난다.(‘통계로 본 한국지방자치단체 70년 변천사’ 양영철)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2019년 말 기준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 인구가 전국 인구의 50%를 넘어섰다. 인구가 집중되면 경제력도 집중되게 마련이다. 우리나라 수도권 GRDP(지역내총생산) 비중은 이미 2017년부터 비수도권을 초과하였고, 1000대 기업 중 수도권 비중이 73.6%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도권 신용카드 사용액이 전체의 81%를 점하고 있다. 이렇게 수도권에 경제력이 편중되다 보니 비수도권 지역의 청년 인구가 대거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228개 시군구 중 105곳이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이다. 이들 지역 중 92.4%인 97곳이 비수도권 지역이며, 그중에서도 특히 호남의 대부분과 일부 경북 북부, 경남 북부 지역에 집중 분포하고 있다. 더욱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것은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이 호남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데 있다. 2018년 89개였던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은 2020년 105개로 4년 만에 16개나 늘어났다.

이와 같은 지역 간 불균형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1960년 이래 이른바 경부축 중심의 불균형 성장 전략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부족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선도 산업과 지역을 선정하고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부작용이 너무 커 국가 발전에 오히려 큰 해가 되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여러 가지 시책에도 불구하고 국토의 불균형 발전이, 수도권-부산으로 이어지는 경부축 중심의 집중 현상이 날로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백약이 무효’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가고 있지만, 그래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손잡고 적극적이고 강력한 정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광주전남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 60여 년 동안 수도권과 영남권에 재정의 64.1%가 집중되어 배분되었지만, 충청권과 호남권에는 13~15% 안팎만 배분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일보가 분석한 것처럼 대형 프로젝트 중에서 수도권과 영남권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혹은 면제 비율이 61.5%에 달하는데,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60년 이상 지속되어 온 이러한 재정적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앞으로 30년 이상 비수도권 지역 사업의 발목을 잡는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를 전면 폐지하거나 대폭 개혁할 필요가 있다. 또 자치단체 사이에 소모적인 경쟁을 유발하고 부익부 빈익빈을 초래하는 공모 사업 제도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의 국토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공모가 아니라 비수도권 낙후 지역을 중심으로 균형 발전 차원에서 집중 지원해야 한다. 경제학에 ‘세이의 법칙’이라는 게 있는데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수요만 따라갈게 아니라 낙후 지역에 SOC를 우선 공급하면 이를 바탕으로 수요가 일어나서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수도권 집중(충청권은 이미 수도권화 되었다)을 그대로 방치하여 비수도권 지역에 대해 국가적으로 투자할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비수도권의 어려움은 국가 전체로 확산되어 국가 발전에 더욱 큰 위기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출범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해 온 것은 사실이나 지금에 이르러 오히려 지역 불균형 발전을 부추기는 것 같다. 특히 10개의 혁신도시 선정에 있어 전국에 기계적으로 골고루 나누면서 국가 불균형 발전의 혜택을 입은 울산·부산·대구·경북·경남에도 혁신도시를 설치한 것은 균형 발전에 크게 반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금도 여전히 수도권화된 대전·충남에도 혁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법을 개정하였는데 이는 아무리 정치권에서 밀어부친 일이라 하더라도 심히 유감이다.

이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다시 재검토해 김영록 전남지사가 제안한 것처럼 행정안전부와 통합하여 가칭 지역균형발전부로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진정한 국가 균형 발전의 길로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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