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조지현 동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1년 07월 27일(화) 05:00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크고 작은 행사가 많은 편이었다. 행사가 끝날 때면 그 행사의 주인공이 되었던 학생들을 두고 선생님들마다 “수업 시간에는 몰랐던 모습을 봤다”라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체육대회 때의 각 종목마다, 응원할 때, 합창할 때, 수련회에서, 장기 자랑 시간에, 축제의 프로그램마다 ‘평균’에서 벗어난 친구들이 달랐던 까닭이다. 각자의 재능과 적성이 다른데 오로지 시험 점수라는 하나의 잣대로만 줄을 세웠다면 다양한 친구들의 끼를 발견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심지어 공부도 마찬가지다. 여러 과목을 다 골고루 잘하는 친구도 물론 있지만, 언어적인 감각이 뛰어난 친구도 있었고 수학적인 감각이 뛰어난 친구도,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난 친구도 있었다.

우리는 보통 ‘평균’적인 삶을 추구한다. 평균에서 벗어나면, 아니 평균에 못 미치면 불안함을 느낀다. 반대로 평균보다 나은 경우에는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절대평가보다는 상대평가가 많아진 요즈음엔 더더욱 그렇다. 평가 결과를 받고 나면 늘 평균이 몇 점이었는지(내가 평균보다 높은지), 비슷한 수준의 사람 또는 기관이 몇 점을 받았는지가 궁금하다. 그런데 정말 평균보다 높으면 잘한 것이고 원래의 목적을 달성한 것일까? 학습 역시 마찬가지이다. 남들보다 정답을 많이 맞히는 것만이 제대로 학습을 한 것일까?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학습을 안 한 것일까?

평균적인 모습으로 살면 ‘정상’(normal)이라고 하고 평균에서 한참 벗어난 경우에는 ‘이상점’(outlier)이라고 하지만 ‘평균적인 삶’이나 ‘평균적인 발달’이 실제로 가능한 일일까? 이 세상 사람 중에 평균의 모습으로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평균 체형에 맞게 만들어낸 옷이나 가구가 제 몸에 딱 맞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실제로 1940년대 미국에서는 젊은 여성 1만 5000여 명의 평균 신체 치수를 측정해서 만든 조각상 ‘노르마’(Norma)에 가장 가까운 여성이나 공군 조종사 4000여 명을 대상으로 평균 신체 치수를 가진 조종사를 찾으려는 시도를 해 보았지만 결국에는 한 명도 없었던 사례도 있다.

선생으로 살고 있는 지금, 학생들의 ‘개개인성’을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실제로 학생들 중에 지능·능력·성격·재능이 같은, 아니 적어도 비슷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평소 모습을 보고 예상했던 것보다 시험 점수가 높은 학생도 있고, 시험 점수는 다소 낮지만 성실성이나 인내심 만큼은 매우 뛰어난 학생도 있고, 늘 새로운 시각으로 질문을 하는 학생도 있다. 1~2학년 때는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졸업할 무렵에는 가장 앞서 있는 학생도 있다. 그래서 성적을 부여할 때면 다양한 잣대로 평가해 보려고 고민도 하고 시도를 하기는 하지만 정확한 숫자로 드러나는 객관성이나 공정성 때문에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서는 클라이언트(의뢰인)의 강점을 중심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문제가 있는, 평균에서 벗어난 클라이언트라 할지라도 개인은 각자 재능·자원·역량·잠재력을 가진 독특한 존재라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복지사는 그 클라이언트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자원으로 활용하여 개발하고 강점을 활용하여 스스로가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말은 모든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자는 의미가 아닐까? 카피라이터 박웅현은 저서 ‘여덟 단어’의 ‘본질’ 편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렇습니다. 수영을 배우는 목적이 ‘수영을 잘하는 것’이었다면 저는 일찌감치 나가떨어졌을 겁니다. 하지만 수영을 배우는 본질을 저는 ‘땀 흘리는 것’으로 정했어요. 저는 수영 선수가 될 것도 아니고 빨리 상급반으로 올라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어요. 강사에게 잘 보일 것도 아니고요. 그러니 실력이 빨리 늘지 않는 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본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흔들림이 달라집니다.”

어떤 일을 할 때 일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싶다. 본질에 집중한다는 것은 그 일에 대해 남이 아닌 ‘나’의 목표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나의 속도와 나의 경로로 나아가는 것이다. 평가자로 수많은 평가를 하고 피평가자가 되어 평가를 준비하면서도 평가의 본질에 집중하자는 말을 하곤 한다. 평가 결과로 나타나는 양적인 숫자보다 평가를 통해 알게 된 약점을 보완하는 데 결과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늘 다짐을 하곤 하지만 앞으로의 나 역시 ‘평균’을 아예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만의 방향으로, 나만의 속도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싶다. 매일은 치열하되, 인생은 느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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