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혁신 지원사업’ 추진의 의미-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1년 07월 19일(월) 05:00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13일 교육부는 사학 혁신 지원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업에는 지난해 공영형 사립대 실증 연구에 참여했던 조선대, 상지대, 평택대를 포함하여 수도권의 성신여대와 성공회대 등 총 5개 대학이 선정되어 향후 2년 동안 20억 여원의 재정 지원을 받게 된다. 이 대학들은 모두 우리나라 사학의 민주화를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던 대표적인 사학이라는 점에서 선정 결과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없을 듯하다.

이 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였던 공영형 사립대 정책이 사학법인의 저항에 부딪히게 되자 일종의 ‘우회로’로 선택한 것이다. 말 그대로 ‘사학 혁신’을 위한 정책으로 교육부는 이번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점차 그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교육부는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필수 과제로 대학 재정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예산·결산 과정에 구성원 참여 확대, 재정·회계 정보 공개, 내부 회계 관리·감독, 외부 회계 감독 등을 의무 이행 과제로 두고, 각 대학이 법인과 대학의 협력 강화, 개방이사 역할 강화, 열린 이사회 운영, 이사 구성의 개방성·합리성 강화, 인사 공정성 강화, 구성원 참여·소통 강화, 자체 감사 강화 등의 세부 과제들을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였다.

이번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다양한 혁신 과제들을 추진 과제로 제시하였다. 상지대는 이사회 의결에 대한 이의 제기 제도 마련과 사학 혁신 공유 대학 체계 구축, 성공회대는 개방이사의 추가 선임과 대학 구성원들에 대한 회계·노무·법률 분야의 교육 이수 의무화, 성신여대는 개방이사의 추가선임과 이사회에서 예산·결산 의결시 구성원 참관 허용, 평택대는 이사회 회의록 상세 공개 및 환류 시스템 구축과 총장 및 교무위원에 대한 직무수행 평가 등을 선택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호남권에서는 유일하게 이번 사업에 선정된 조선대는 사립대 최초로 학교법인의 이사 중임 기간을 제한하고 설립자 친·인척의 이사장 선임을 방지하는 정관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에는 법인 이사들의 중임 제한 규정이 없으며, 이는 대학의 설립자들은 물론 소수의 이사들이 사학을 사유화하고 영구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족벌 체제를 구축하는 데 악용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이 사업은 조선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학 법인을 민주화하는데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 외에도 조선대는 교직원과의 주기적 간담회, 대학에 대한 법인의 지원 및 협력 체계 구축 등 학내 거버넌스의 개선과 법인의 재정적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한 실행 방안 마련 등을 선택하여 추진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민립대학의 위상에 맞는 법인 운영을 제도화하려는 계획을 밝혔다.

사학 혁신 지원사업은 그동안 비리로 얼룩진 우리나라 사학을 혁신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학들은 한편으로는 재정 위기를 호소하며 정부의 재정 지원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대학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법인 운영의 책무성을 강화하거나 지역사회에 기여하려는 노력은 소홀히 해 왔다. 교육부가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사학이라면 지원이 가능하도록 지원 기준을 낮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난에 허덕이는 사학들조차 대학의 자율성 침해라는 허무맹랑한 논리로 이 사업을 외면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사학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대학이 고사되어 학생들을 포함한 교직원들에게 피해가 가더라도 경영권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식의 대응이다.

사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을 학교법인의 공공성 강화와 연계시키고,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 사립대 재정 지원의 법적 근거를 새롭게 정비함으로써 건전한 사립대학을 육성해야 할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막대한 규모의 정부 재정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학교법인의 책무를 소홀히하고 마치 일반 사기업처럼 대학을 운영하는 사학에게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할 이유는 딱히 없다. 사학 육성은 법인 운영의 공공성을 기본적으로 갖춘 대학을 대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에 대한 족벌 사학과 보수 언론의 저항은 불 보듯 뻔하지만 이들은 대학 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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