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깨어야 나라가 산다
2021년 07월 07일(수) 05:00

김 용 하 광주시문인협회 수석부회장 전 광주시선관위 심의위원

온 나라가 선거 열풍으로 뒤덮여 간다. 대선이 불과 8개월 앞으로 다가왔고 지방선거도 1년이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에는 여야 양대 정당에서 각각 열 명에 가까운 후보가 당내 경선에 참여하여 그 전초전이 시작되고 있다. 자천이건 타천이건 이렇게 많은 후보들이 난립한 경우는 없었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군소정당이나 무소속으로 출마할지 알 수 없다. 이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판단하기도 힘들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바람직할 수도 있지만, 반면 아무라도 대권에 도전하는 경박한 세상이 되는 것은 염려가 되는 면도 없지 않다. 대통령이 되어서 국가를 이끌어 가려는 사람들은 높은 도덕성과 경륜, 인격적 품성을 바탕으로, 올바른 역사관과 시대정신으로, 민족을 영도해 갈 미래 비전과 국가 경영의 통합적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어느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파적 이익에 부합되는 편협적인 사람도 아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국내적으로는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발전, 계층 간 갈등 해소, 사분오열된 국민을 통합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서 치러진다. 대외적으로는 미·중의 대립 속에서 북한과의 경직된 상황 등으로 우리의 외교적 역량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이처럼 국가의 명운이 달린 엄중한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더 신중하고, 공정한 선거로 훌륭한 지도자를 선출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요사이 여야의 후보로 나선 분들의 언행을 보면 사분오열된 이 나라를 화해와 통합으로 이끌면서, 자유민주주의와 헌법 정신을 수호하고, 국태민안과 복지 증진의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염려가 된다. 특히 건전한 정책적 대결보다는 진영 논리에 빠져 확인되지 않은 각종 흑색선전에다 모함과 사적인 감정·증오가 섞인 죽기 살기식의 날선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상당수 국민이 건전한 소통이나 합리적인 주장보다는 일부 특정 후보나 진영에 맹종적인 자세로 임하거나, 다른 후보나 정당에는 저질스러운 언어를 동원하여 모욕하거나 비하하는 이전투구의 현상을 자주 보게 된다.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말라’는 옛말과 같이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유발하는 정치 혐오증까지 나타나고 있다.

민주주의는 나와 다름을 인정하여, 다른 의견과 주장을 경청하고 토론하면서, 언제든지 자기의 생각이나 행동을 수정하고 따를 수 있는 관용과 포용을 전제로 한다. 한데 작금의 정치 판도는 독선이나 편향된 흑백논리의 정치 환경으로 고착되어 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정치에 민감하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 성향에 따라 모든 사고와 행동이 종속되고, 이념과 지역에 따라 확연히 구획되어 갈수록 폐쇄적이고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제는 보편화된 상식과 열린 사고에 의한 배려와 소통이 절실해지고 있다. 누구도 이 사회를 특정 이념이나 정치 사상, 독선적 편견으로 이끌어 갈 수 없음을 자각하고 지나친 편 가르기나 이념적 갈등, 상호 비방을 종식시켜 민주 공동체적 삶을 추구하는 행복한 사회로 나가게 해야 한다.

이제 공은 국민에게 넘어왔다. 각 정당에서 추천한 인물들과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후보들 중에서 진정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사심 없이 봉사하고 헌신할 수 있는 도덕적이고 능력 있는 사람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선거 때마다 지역적 당파와 지연, 학연 등에 얽매이고 확인되지 않는 선전선동에 속아 인물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거나, 추종자들의 온갖 감언이설에 현혹되어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 혐오증으로 무관심하거나 선입견적 편향성을 버리고, 냉철한 합리적 사고와 주체성의 바탕 위에서 제대로 인물을 검증하여, 지도자를 선출하여야 할 것이다. ‘국가존망 필부유책’(國家存亡 匹夫有責)이라는 말이 있다. 국민이 깨어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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