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에 케이블카가 웬 말인가-윤희철 광주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총장
2021년 06월 28일(월) 23:15
최근 추월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곧바로 드는 생각은 ‘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훼손하려는 것일까’였다.

요즘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누군가는 이것을 ‘산으로 간 4대강 사업’이라고 말한다. 전국 지자체 약 50여 곳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이러다 전국의 모든 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될 것만 같다. 어디에나 다 있는 케이블카라는 콘텐츠가 과연 지역을 살리는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을까.

누군가 케이블카에 ‘신기성’이 있다고 말한다. 한번 타 본 경험이 생기면 그 뒤로는 그 지역에 와서 케이블카를 타지 않는다는 말이다. 실제로 각 지역의 케이블카 이용객 수 현황을 보면 설치 후 몇 년 간은 이용자 수가 늘지만, 5년을 넘으면 대부분 크게 감소한다. 곧바로 적자로 전환된다.

케이블카 설치 지역들을 살펴보면 왜 관광객들이 한번 타고 다시 오지 않는지 이유를 알 수 있다. 대부분 케이블카 탑승지까지 30분에서 1시간 이상 이동한다. 케이블카를 탑승하고 둘러본 후 다시 다른 주변 관광지로 멀리 이동한다. 관광객이 머무르지 않는 관광이라는 현실을 이해하면 과연 케이블카가 지역을 살리는 수단이 될 수 있는지 의문만 커진다.

실제로 관광 수요를 주장하지만, 정작 전국 22개 케이블카 중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흑자를 보는 지역은 고작 세 곳에 불과했다.

추월산의 경우 개발사는 400억 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해 개발을 하고 곳곳에 수익사업을 위한 자회사를 두어 투자금을 회수하겠지만, 담양군 입장에서는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아무것도 없다. 장기적으로는 부채 덩어리만 남기게 된다.

개발사는 기부채납을 명분으로 사업을 하려고 하지만, 지역민은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타 지역 사례를 보면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지역민을 위한 판매장을 조성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수많은 관광객이 오고가는 곳은 개발사의 자회사가 독점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간은 사람들이 쉽게 오지 못하는 외떨어진 곳에 대충 조성한다. 결국 지역민은 그저 들러리가 될 뿐이다.

현재 추월산 케이블카의 진행 과정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담양군은 개발을 발표하고, 군의회와 군민들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니, 고작 한 차례 용면 주민들을 중심으로 주민 공청회를 열었을 뿐이다. 이것을 빌미로 계획을 추진하려고 한다. 그런데 당초 계획이 환경부가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문제를 지적하자 계획을 몇 차례 수정했다. 정작 군민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절차상 변경된 계획에 대한 주민 설명회나 토론회를 열어야 하지만,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강조하며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한다.

왜 굳이 자연환경이 좋은 지역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는 주장을 할까? 우리가 가진 자연환경이 아름다워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면, 오히려 더욱 아껴 미래 세대에게 연결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케이블카 설치를 주장하는 분들은 언제나 똑같은 논리다.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공법을 쓰고, 교통약자를 위한 수단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환경 훼손이 분명히 자행되고, 실제로 케이블카가 조성된 곳에 가보면 나무 한 그루, 심지어 풀 한포기 없는 곳으로 만든다. 게다가 2019년 국민권익위 조사에 따르면 전국 케이블카 중 매표소에 장애인이 스스로 표를 살 수 있는 곳은 절반도 안 된다. 매표소에서 별도의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곳도 17.6%에 그치고 있다. 사용 가능한 장애인 화장실도 50%에 불과하다.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시설에, 현재도 연중 행사로 장애인 시승 행사나 하는 상황에서, 장애인을 위해 케이블카 설치가 필요하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은 이제 그만해야 할 것이다.

케이블카가 정말 좋다면 필요한 곳에 설치하자. 독일 베를린이나 터키 앙카라 같은 도시에서는 시민 누구나 이용 가능한 대중교통수단으로 케이블카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꼭 필요한 곳이 아닌, 굳이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면서 지역을 지속 불가능하게 만드는 행위는 이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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