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필드
2021년 06월 04일(금) 02:30
“집중력은 자신감과 갈망이 결합하여 생긴다.” 골프의 전설 아놀드 파머의 말이다. 컨트롤의 마법사 그래그 매덕스는 “위대한 투수를 만드는 것은 팔이 아니라 두 귀 사이에 있는 뇌다”라고 했다. 토털 사커의 대명사 요한 크루이프는 “공을 잡으면 내가 주역이고 결정하는 것은 나다. 즉 창조하는 것은 나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전설적인 운동선수들의 명언을 되새겨 보는 이유는 오랜만에 다시 스포츠 기사를 편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신문에서 스포츠면은 가독성이 높아 전국의 편집기자들이 매일 치열하게 경쟁하는 또 하나의 필드이자 그라운드다. 따라서 파머의 집중력과 매덕스의 사고력 그리고 크루이프의 창의력이 요구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광주일보는 전통적으로 스포츠 관련 편집이 강했다. FIFA 월드컵 트로피를 형상화한 ‘거센 검은 돌풍, 지는 아트사커’, 축구의 신 메시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자 영국의 ‘브렉시트’와 연결해 뽑은 제목 ‘메시트’, 이강인이 대한민국을 U-20 월드컵 결승으로 이끈 날에는 ‘2강 in’, SK가 최강 두산을 꺾고 한국시리즈에 우승했을 때 신문을 장식한 ‘SK 뒤집다 KS’ 등등. 그동안 많은 독자들의 찬사를 받은 제목과 편집들이다.

스포츠면을 편집하다보면 사진 검색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사진은 주목도가 높아 지면에 활력을 불어넣는 절대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제목 또한 사진을 이용해 뽑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편집기자들은 좋은 사진을 고르기 위해 날마다 많은 고민을 한다. 특히 손흥민이나 류현진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외신과 구단 홈 페이지 등을 통해 수천 장의 사진을 뒤적이기도 한다. 그리고 아침에 배달된 여러 신문을 비교하다보면, 제목에서 한 수 뒤졌을 때보다 사진 선택에서 물먹었을 때가 더 마음이 아프다.

사각의 신문에는 둥근 세상에서 열리는 모든 경기가 생생하게 전달된다. 그라운드의 열기와 스코어보드의 치열함까지. 뜨거운 감성과 냉철한 이성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며, 때로는 창처럼 날카로운 제목으로 때로는 시(詩)보다 부드러운 제목으로 독자와 교감하는 것이 편집기자의 역할이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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