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사투, 공무원의 눈물 닦아 주려면 - 이현 광주시 남구청 자치행정국장
2021년 05월 31일(월) 22:30
신종 플루나 코로나19 등과 같은 국가적인 재난 사태가 발생할 경우 행정 수요는 폭증한다. 수요가 많아지는 만큼 공무원의 업무량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이에 따른 피로감도 누적된다.

지난해 1월에 발생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례만 보더라도 그렇다.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특히 500여 일째 비상근무에 나서고 있는 공무원들의 상황은 이미 한계치에 다다랐다. 휴일도 없이 장기간 근무가 이어지면서 요일에 대한 감각도 둔해졌고, 근무 시간을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체력도 방전된 상태다.

최근 이 같은 상황을 보여 주는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일선에서 국민 건강을 지켜온 경북 안동시 보건소 소속 50대 팀장의 경우 자택에서 쓰러진 후 사경을 헤매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격무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부산시 간호직 공무원의 죽음은 공직사회를 비롯해 우리 국민들에게도 크나큰 충격이기도 했다.

현재 우리 남구청을 비롯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강도 높은 근무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17개월 가량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확진자 역학조사 및 동선 파악에도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면서 예방 접종 관련 업무도 늘어나고 있다. 보건소 직원들뿐만 아니라 구청의 모든 직원들은 현재 본연의 업무 외에도 자가 격리자 물품 전달을 비롯해 예방접종 콜센터 근무, 재난지원금 접수·처리, 고위험 시설 사전 점검, 코로나19 백신 접종 동의서 수집과 접종 안내 등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파견 업무가 잦다 보니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코로나19 업무가 한시적인 게 아닌 일상 업무가 되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광주 지역 지방자치단체는 하반기 정기 인사를 앞두고 한시 기구 신설·폐지와 함께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한시적 업무와 일상적 업무를 따져서 조직을 개편하자는 것인데, 지금과 같이 버거운 상황에서 조직마저 축소해 버린다면 공직자들에게 너무나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자치 분권 시대를 맞아 각 기초자치단체가 행정 변화에 맞춘 조직을 구축하여 행정 조직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상급 기관인 광주시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광주 남구청 1100여 명의 공직자들은 전국의 공직자들과 마찬가지로 ‘국민 안전’과 ‘집단 면역 체계 완성’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코로나19에 맞서 결코 물러서지 않고 있다. 총알 배송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자가 격리 키트를 제공하고, 각종 민원에 응대하는 과정에서 험한 욕설을 듣더라도 끝까지 정중동 자세를 유지해 나가는 이유는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공직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보건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경우 자녀 양육 및 가정생활에 큰 고충을 호소한다.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을 놔둔 채 이른 새벽에 출근하고, 밤늦은 시간 녹초가 되어 퇴근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가정에서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등한시할 수밖에 없어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직원들도 있다. 최근 한 직원은 “예전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엄마였는데, 지금은 가족에게 부담만 안겨 주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며 흐느꼈다. 구청의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이런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국민과 공직자들이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를 바랄 뿐이다.

공무원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이다. 오늘도 현장에서 묵묵히 본연의 업무를 다하고 있는 공직자들에게 시민들이 건네는 “수고한다” “고생 많다”는 한마디는 그동안 쌓인 피로도 잊게 한다. 공직자들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지 않는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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