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노래
2021년 05월 21일(금) 05:00
5·18광주항쟁 바로 다음 해인 1981년 열린 MBC 대학가요제에서는 한양대생 정오차의 ‘바윗돌’이 대상을 받았다. 그러나 곧바로 ‘불온사상 유포’를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다. 광주일고를 나와 한양대에 재학 중이던 정 씨가 어느 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이 발단이 되었다. “이 노래는 5·18 때 죽은 친구를 위한 진혼곡이며 ‘바윗돌’은 5·18묘지의 묘비를 상징한다.”

우리들이 무심코 흥얼거렸던 가요 중에는 의외로 5·18과 광주를 담은 노래가 많다. 김원중의 ‘바위섬’은 5·18 이후 고립된 광주를 상징하는 노래였다. 이선희가 부른 ‘오월의 햇살’은 광주에서 희생된 젊은이들을 추모했다. “어두운 밤 함께하던 젊은 소리가/ 허공에 흩어져 가고/ 아침이 올 때까지 노래하자던/ 내 친구 어디로 갔나/ 머물다 간 순간들/ 남겨진 너의 그 목소리/ 오월의 햇살 가득한 날/ 우리 마음 따스하리.”

시대의 가인(歌人) 정태춘은 ‘5·18’을 아예 노래 제목으로 삼기도 했다. “아, 우리들의 오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날 장군들의 금빛 훈장은/ 하나도 회수되지 않았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소년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지난해 나온 나훈아의 ‘엄니’ 또한 광주의 아픔을 담은 노래다. 6월항쟁 무렵 만든 노래라니까 발표하기까지 꼬박 33년이란 긴 세월이 흐른 셈이다. “엄니 엄니 무등산에 꽃 피거든/ 한 아름 망월동에 심어 주소/ 들리지라우 엄니 들리지라우 엄니/ 인자 그만 울지 마시오.”

이밖에 인순이는 ‘여기가 어디냐’에서 ‘광주 광주 다시 보자/ 내 어찌 너를 잊으랴’라며 꿈속에도 그리던 광주를 간절히 외친다. 오월 그날이 다시 올 때마다 늘 우리들의 가슴을 울리는 노래는 ‘오월의 노래’다. “왜 찔렀지?/ 왜 쏘았지?/ 트럭에 싣고 어디 갔지?”

오늘은 41년 전 11공수부대가 도청 앞에서 금남로에 모인 수 만 명의 시민을 향해 집단 발포를 자행한 날이다. 당시 공수부대 진압군들도 지금은 어느덧 60대가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가해자이자 피해자들일 터인데, 이제는 그날의 진실을 말함으로써 고통스러운 ‘기억의 감옥’에서 벗어나기를.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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