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새벽
2021년 05월 18일(화) 01:27 가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단지 직접 본 것과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을 보도하고 독자들이 이해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광주는 이러한 차이가 내게 처음으로 확실히 드러난 주요 사건이었다.” 1980년 오월 현장을 취재했던 테리 앤더슨 전 AP통신 기자는 1997년 출간된 ‘5·18 특파원리포트’(풀빛)에서 이렇게 술회한다.
취재기에 따르면 그는 5월27일 새벽, 전남도청 남쪽 담에서 10여m 떨어진 숙소 창가에서 공수부대의 도청 진압 작전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 시도했다. 그러나 공수부대원은 그를 포함한 외신기자들이 묵고 있던 대도호텔을 향해 M16을 난사했다. 총탄이 벽을 뚫고 들어오자 기자들은 황급히 복도로 뛰어나가면서 몸을 피해야 했다.
그와 또 다른 외신기자 한 명이 오전 7시 30분께 진압 작전이 완료된 도청 안으로 들어간다. 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의 노먼 소프 기자다. 입구에서 한 대령이 ‘폭도 두 명과 군인 한 명이 죽었다’고 말했지만, 도청 안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한 시신만 17구에 달했다. 노먼 소프는 흑백 필름과 슬라이드 필름을 각각 넣은 두 대의 카메라에 도청 상황을 한 컷 한 컷 담았다.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의 최후 모습과 칠판에 얹혀 옮겨지는 교련복 차림의 고교생 사망자 두 명의 모습 등도 카메라에 담았다.
‘노먼 소프 기증 자료 특별전’이 옛 전남도청 별관 2층에서 열리고 있다. 언론인의 책무를 다한 기록물 속에 5월 27일 전남도청을 사수하려 했던 시민군들의 ‘마지막 새벽’ 모습이 생생하다. M16을 든 계엄군의 경계 속에 두 손을 치켜든 채 연행되는 시민군들을 촬영한 슬라이드 필름에는 기다란 그림자와 함께 유난히 파란 하늘이 함께 포착돼 있다. 스틸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진압 작전 당시의 총성이 들리는 듯해 참혹함과 비통함이 함께 느껴진다.
노먼 소프는 특별전 영상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5·18 민주화 운동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향한 길고 긴 투쟁의 일부분입니다. 앞 세대가 자유선거를 확립하고 민주주의를 꽃피우려고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 지금 젊은 세대는 배우고 진심으로 감사하길 바랍니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그와 또 다른 외신기자 한 명이 오전 7시 30분께 진압 작전이 완료된 도청 안으로 들어간다. 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의 노먼 소프 기자다. 입구에서 한 대령이 ‘폭도 두 명과 군인 한 명이 죽었다’고 말했지만, 도청 안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한 시신만 17구에 달했다. 노먼 소프는 흑백 필름과 슬라이드 필름을 각각 넣은 두 대의 카메라에 도청 상황을 한 컷 한 컷 담았다.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의 최후 모습과 칠판에 얹혀 옮겨지는 교련복 차림의 고교생 사망자 두 명의 모습 등도 카메라에 담았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