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방 협진 ‘장흥통합의료병원’ 반쪽 전락
2021년 04월 07일(수) 00:00
병원장 공석·의료진 부족에 진료 차질…주거환경 등 인프라도 열악
“내원 환자 느는데 운영 부실한 이유는 의지 부족·군 감독 부실 때문”

원광학원이 위탁 운영하는 장흥통합의료병원이 의료진 부족 사태로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양·한방 협진 병원으로 시범 운영 중인 ‘장흥통합의료병원’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6일 장흥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통합의학 진료와 연구·교육 목적으로 ‘장흥통합의료병원’과 ‘대구 전임병원’ 2곳을 양·한방 협진 진료병원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장흥통합의료병원은 안양면 사자산 자락 로하스타운 인근에 총 사업비 251억8000만원(국비 70%)을 들여 지하 1층~지상 4층, 28실 100병상 규모로 건립됐다.

장흥군은 지난 2017년 12월 원광대학교 법인인 원광학원과 위·수탁 협약을 맺어 운영 중이다. 원광학원과의 계약은 오는 2022년10월까지 5년 간이다.

장흥군은 그동안 병원 운영비로 군비 70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원광학원의 운영 부실과 의지 부족, 장흥군의 관리감독 부재 등으로 장흥통합의료병원이 반쪽짜리 병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달 중순께 A 병원장이 사직해 공석인 데다, 의료진마저 제대로 구하지 못해 진료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 병원장은 지난해 2월 2년 임기로 취임했는데 근무 1년 만에 근무조건이 열악하다며 지난달 중순께 사직하고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 병원장이 사직의 뜻을 여러차례 알렸지만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병원장 공석 사태로 이어졌다.

의료진도 턱없이 부족하다.

병원이 개설한 6개 진료과목 중 내과, 재활의학과, 한방재활과, 영상의학과 등 4개 과에만 전문의사가 배치됐고, 한방내과와 가정의학과는 전담의사가 없어 사실상 진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병원 규모로 볼 때 간호사가 15명 이상은 돼야 하지만 현재 9명만이 근무하고 있고, 행정인력도 사무국장을 포함해 6명뿐이다.

이는 장흥통합의료병원이 도시권에서 상당히 떨어져 접근성이 좋지 않은 데다, 사택 등 주거환경도 열악해 의료진들이 근무를 기피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 병원을 찾는 환자 대부분이 재활 중증환자들인데, 대형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닥터헬기’가 없어 환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흥군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양·한방 협진 진료병원으로 시범 지정한 취지를 살려 의료인프라 구축과 의료진들에 대한 주거환경 개선 등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같이 열악한 의료환경에도 불구하고 이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증가하고, 의료 수익도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병원의 지난해 입원 및 외래환자 수는 2만명으로 전년(1만4357)보다 39.3%인 5643명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의료수익도 20억1500만원을 기록, 전년도 9억1000만원 대비 120% 신장됐다.

장흥군은 로봇재활기구 등 최신형 재활기구를 갖춘 데다 양·한방 재활치료가 가능해 환자들이 주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장흥군은 또 지난 2006년 ‘생약초한방특구’로 지정되고 2010년 통합의학박람회, 2016년 국제통합의학박람회로 성장하면서 장흥이 통합의학 대표 지역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백광철 장흥군의원은 “환자 수가 늘고 의료수익도 개선되는데 병원 운영이 부실한 것은 운영기관의 의지 부족과 감독기관의 허술한 관리 때문”이라며 “군비가 투입되는 만큼 지역민과 환자들을 위해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흥=김용기 기자·중부취재본부장 ky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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