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있는 영유아 돌봄 시설 한 곳도 없다니
2021년 03월 23일(화) 02:00
장애를 지닌 영유아(만 6세 미만)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돌볼 수 있는 시설이 광주·전남 지역에는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타 지역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지만, 정원 초과 등을 이유로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광주의 한 아동보육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세 살배기 도영(가명)이는 이달 초 자폐성 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부모가 이혼하면서 엄마 손에 키워졌지만, 엄마마저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돌볼 사람이 없어 2년 전 이곳으로 옮겨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자폐증 진단까지 받았지만 이 시설에서는 언어치료 외에는 해 줄 게 없다.

자폐증상은 다양한 영역에 걸쳐 나타나는 만큼 작업치료사·학습치료사·특수교사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체계적인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한데 광주·전남에는 이 같은 장애를 갖고 있는 영유아들을 위한 시설이 전무한 실정이다. 물론 24시간 장애인 돌봄 거주 시설은 광주에 24곳 전남에 38곳 등 62곳이 있지만, 만 6세 미만의 어린 장애인들을 맡아 줄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도영이를 보호 중인 보육시설 관계자들은 수소문 끝에 전국에서 아홉 곳의 장애인 영유아 거주 시설을 찾아 위탁·보호가 가능한지 문의했지만 “타 지역 아이라 어렵다” “정원이 차 여력이 없다”는 등의 말을 들어야 했다. 그나마 경남 창원의 한 시설에서만 “아이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놨을 뿐이다.

광주에 주소를 둔 만 6세 미만 장애 아동은 251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성장하려면 생애 주기와 장애 정도에 맞는 치료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장애 영유아를 부모에게만 맡겨 둘 수는 없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과감히 재정을 투입, 그들의 재활 및 자립을 도울 수 있는 시설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