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행정으로 예산 축내는 일 다신 없어야
2021년 03월 17일(수) 05:00
장흥군이 주민으로부터 기증받은 문화유산의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줄도 모르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보수한 데 이어 또다시 혈세를 들여 매입을 추진, 논란이 일고 있다. 장흥군과 지역 문화계에 따르면 군은 지난 2008년 5월 탐진강변에 위치한 정자 ‘창랑정’을 소유자의 후손들로부터 무상으로 기증받았다.

창랑정은 고(故) 길행식 씨가 1918년 건립했으며, 길 씨가 숨진 뒤 후손들이 “전통문화 교육장으로 활용해 달라”며 기증한 것이다. 이에 장흥군은 2010년 군비 2억 원을 들여 창랑정 지붕 개량과 화장실 설치 등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2018년에는 ‘장흥향토문화유산 제17호’로 지정했다. 한데 지난해 11월 김모(63) 씨가 자신이 창랑정의 소유자라며 군에 매입 건의서를 제출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뒤늦게 장흥군이 창랑정의 소유권을 살펴보니 지난 2009년 9월 후손의 한 손자에게 상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건립자 후손 네 명이 서류까지 작성하고 장흥군에 기증했는데 불과 1년 만에 다른 사람에게 상속된 것이다. 현 소유자 김 씨는 지난해 상속자로부터 창랑정을 사들인 뒤 군에 매입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급기야 장흥군은 향토문화유산 보존 명목으로 창랑정을 사들이기로 하고 1억 5000만 원을 예산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사태는 장흥군이 창랑정을 기증받은 이후 소유권 문제를 확실히 매듭지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어설픈 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군 측은 ‘기증’이 아니라 ‘기탁’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안내판 등에는 ‘무상 기증’이라고 확연히 명시돼 있다. 장흥군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사태의 전말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시는 혈세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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