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태권 소녀’의 죽음과 광주의 연대
2021년 03월 08일(월) 05:00
군경(軍警)의 강경 진압으로 수십 명이 숨지는 최악의 유혈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맞서다 숨진 19살 한 소녀가 우리를 울린다. 미얀마의 시위 현장에서 군경의 총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에인절이다. 그의 티셔츠에는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태권도 강사이기도 했던 그녀는 시위에 나서기 전 페이스북에 혈액형 및 비상 연락처와 함께 죽음을 각오했던지 ‘내 시신을 기증해 달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그에게 태권도 수업을 받았던 학생들은 트위터 등에 “스승이 떠났다”며 슬퍼하는 글을 올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에인절이 젊은이들에게 저항을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그녀는 지난달 8일 페이스북에 시위에 참가한 사진을 올리고, ‘미얀마에 정의를’ 등의 태그와 함께 한국어로 ‘미얀마를 구해 줘’라고 적기도 했다.

그녀의 죽음에서 1987년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던 이한열의 죽음을 떠올린다. 그리고 1980년 5·18 당시 스러져 간 수많은 영령들을 떠올린다. 80년 5월을 겪은 우리로서는 미얀마 군부독재의 만행이 도저히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아파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제 미얀마를 도울 방법이 어떤 게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

마침 우리 광주에서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미얀마민주화운동 지지와 연대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오월민주여성회와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는 지난 6일 광주시 동구 민주광장에서 미얀마 민중들에게 보내는 연대의 집회를 열었다. 이에 앞서 같은 날 5·18기념재단은 오월단체를 비롯해서 광주의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불교·기독교·천주교) 등 10개 단체가 모인 가운데 ‘미얀마 민주항쟁 지지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이날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지 연대기구’ 구성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미약하나마 이러한 연대 활동이 미얀마 시민들에게 작은 위로와 큰 힘이 되기를 바란다. 그들의 저항은 5·18과 너무나도 닮은꼴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우리는 깊은 공감과 연대의식을 느낀다. 미얀마 군부는 당장 시민 학살을 중단하고 쿠데타를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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